"적기 백신 접종 안되면 의미 적어…감당할 가격이어야"
전문가들 비판…"백신정보 공유해 전세계적 생산량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종식하려면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랜싯에 따르면 랜싯이 12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한 '전세계적 코로나19 백신 접근성 보장을 위한 과제들: 생산, 감당 가능한 비용, 배분, 배송'이라는 제목의 논문 저자들은 전세계가 적기에 접종받지 못하면 의미가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백신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모든 국가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 "각국 정부는 백신을 지역에 보급할 행정·정치적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논문 주저자 올리비에 바우터스 런던정경대 보건정책 박사는 "제약사들이 1년도 안 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은 엄청난 성과"라면서도 "전세계적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역사상 어떤 백신보다 많은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세계적 차원에서 코로나19를 통제하는 데 수년 더 걸릴 수 있다"라면서 "백신이 언제, 얼마에 제공될지가 관건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들은 부국이 백신을 선점해 빈국이 제때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을 막고자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가 구성됐지만 '백신 민족주의' 탓에 공급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짓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현재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세계 인구 16%를 차지하는 부국이 선도적인 5개 백신의 올해 생산량 70% 이상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부국이 자국민 대량접종을 빈국 의료인·고위험군 접종보다 우선해 백신을 대량으로 쌓아뒀다"라고 비판했다.
저자들은 개별 제약사의 백신 생산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를 여러 제조사와 공유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등 일부 제약사가 인도 등 중소득 국가 제조사와 백신생산에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생산된 백신을 어디로 보낼지 등을 누가 결정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A국에서 생산된 백신이 A국에서 쓰이지 않고 타국에 수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코로나19 백신에 어마어마한 공공자금이 투입됐다고 강조하며 공공자금 투자자가 백신 정보공유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ORB 인터내셔널'과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백신 신뢰 프로젝트'가 작년 10월 21일부터 12월 16일까지 32개국 성인 2만6천700여명을 조사한 결과 백신접종 의향이 가장 강한 국가는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응답자 98%가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인도(91%)와 중국(91%), 덴마크(87%), 한국(87%) 등도 접종 의향이 강했다.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자가 가장 적은 국가는 세르비아(38%)였고 크로아티아(41%), 프랑스(44%), 레바논(44%) 등도 절반에 못 미쳤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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