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초기 네이버 등 빅테크에 밀려…정보수집 방식 등 문제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손안의 자산 관리 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들이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풍부한 콘텐츠로 맞서지 않으면 이미 편의성 등에서 앞서가는 네이버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에 20조 원 이상의 마이데이터 시장을 고스란히 넘겨줄 처지이기 때문이다.
◇ 은행 아직 금융정보 '일괄 긁어오기' 한계…8월 가능
14일 연합뉴스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마이데이터 관련 앱과 메뉴를 사용해본 결과, 대부분 아직 완전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 4곳은 지난달 27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 자격을 얻은 은행들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이 각종 금융회사·기관 등에 흩어져있는 한 개인의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시·분석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다른 회사·기관의 정보를 가져오는 단계에서부터 힘겨워했다.
개별 회사·기관 사이트의 가입 당시 로그인 정보(아이디·패스워드 등)를 일일이 요구했고, 공동인증서로 한꺼번에 정보를 불러오는 '자동 자산(정보) 등록' 서비스를 이용해도 각 사이트의 공동인증서 허용 여부나 부가 로그인 방법 등에 따라 정보를 받아오지 못하거나 오류를 내는 경우가 흔했다.
이에 비해 네이버 엔페이(N pay) 서비스의 경우, 정보 처리 권한 위임 등에만 동의해주면 은행·카드사·증권사 등 실제로 거래하는 거의 모든 금융회사·기관의 내 정보를 손쉽고 빠르게 불러왔다.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본인 명의 자동차의 보증기간, 정기검사 기한, 리콜(결함 보상·소환 수리) 정보, 시세 등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차이는 아직 근본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으로 금융정보 등을 얻는데, 이는 각 금융회사·기관에 사용자 대신 로그인한 뒤 뜨는 정보를 긁어오는 형태다.
하지만 네이버 등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데이터 전송 요구권을 바탕으로 각 금융회사·기관이 쏴주는 개인 정보를 받는다.
일단 이런 데이터 수집 기술 차이에 따른 마이데이터 서비스 질의 격차는 오는 8월께 사라질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8월 4일까지 표준 API 구축 작업을 마치기로 했고, 이후 스크래핑 방식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각 은행도 이 기한에 맞춰 API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관련 시스템 준비에 한창이다.
◇ KB 시니어/신한 디지털자산/우리 재무설계/농협 구매·검색데이터 '특색'
개인의 금융·부동산·자동차 등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주고 맞춤형 금융 상품 등을 권하는 형태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는 모든 은행이 공통으로 현재 제공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각자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차별화도 시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초 기존 마이데이터 서비스 앱 'KB마이머니'에 API 기술을 적용한 두 가지 '신용관리 서비스'와 '자동차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나마 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발 빠른 대응이다.
소비자는 신용관리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신용평점을 같은 연령대·성별과 비교하고, 평가 기준 등 상세 항목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서비스는 소득 추정 모델을 바탕으로 소득·연령 기준별 권장 소비액 등 개인의 신용구매력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령계층의 수요에 주목, '시니어 PFM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개인의 건강검진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기대수명과 건강을 분석해 노후 생활을 돕는 자산관리 콘텐츠다. 특히 자산 형성보다 자산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헬스케어·쇼핑·연말정산 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API를 활용해 신한 쏠(SOL) 앱의 '마이(MY) 자산'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소비자의 모든 금융 경험을 디지털로 전환·수집해 신한금융그룹 상품뿐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의 상품을 추천하는 AI(인공지능) 기반의 시스템을 현재 테스트 중이다.
나아가 금융·실물 자산뿐 아니라 예술작품·한정판 운동화 등 개인 자산을 디지털 데이터로 환산한 '디지털 자산'까지 통합 관리해주는 '정보계좌'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특히 마이데이터 기반의 '개인 재무설계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용정보, 자산, 가처분소득 등 금융정보와 기타 비(非)금융정보를 AI 기술로 분석해 돈을 어떻게 모으고, 쓰고, 불리고, 빌려야 하는지 조언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총자산 10억원(금융자산 20%·부동산 80%)을 소유하고 가처분소득이 월 100만원 정도인 30대 사무직에게는 주택담보대출 리파이낸싱(대출 재조정)으로 이자 비용을 줄이고, 소득·지출 관리를 통해 금융상품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무 설계를 제안한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4만명의 이용자를 모은 개인형 데이터 플랫폼 '마이디(my:D)'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소비자는 마이디에 네이버·쿠팡·11번가·마켓컬리 등의 구매 데이터, 구글·유튜브 등의 검색 데이터, 은행·카드·증권 등의 금융데이터를 제공하고 소비 행태나 자산 상태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받는다. 기업이 제공하는 맞춤형 상품 광고를 보고 포인트·할인 혜택 등도 받을 수도 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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