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테기 외무상, 담화 발표…관방장관ㆍ경제산업상도 환영 논평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세계무역기구(WTO) 수장에 한국 후보로 나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해온 일본 정부가 16일 나이지리아 출신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66)가 선출된 것을 일제히 환영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사무국을 둔 WTO는 15일(현지시간)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164개 회원국의 의견일치로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지낸 오콘조이웨알라를 사무총장으로 추대했다고 발표했다.
WTO의 26년 역사상 여성이나 아프리카 출신으로 사무총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일본 외무성은 16일 WTO의 발표 직후 내놓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우리나라(일본)는 WTO 새 사무총장에 나이지리아 출신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씨가 회원국들의 합의로 임명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개발도상국이 가맹해 다양성을 체현하는 국제기구의 장에 아프리카 출신이면서 여성으로 처음 취임하는 것은 다각적인 무역체제를 유지·강화하는 데 매우 의의가 깊다며,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이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국 간의 조정 능력 및 국제기구 운영 수완을 발휘해 회원국과 제휴·협력하면서 산적한 WTO의 여러 과제에 대응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일본 외무성은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이 이끄는 WTO 사무국을 강력하게 지원함과 동시에 회원국과도 긴밀하게 연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세계 경제의 회복과 긴급 과제인 WTO 개혁의 실현을 위한 국제적 대응을 지속해서 주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료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WTO가 됐으면 한다"면서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의 수완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콘조이웨알라 씨의 WTO 사무총장 취임을 환영한다면서 "필요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그간 WTO 사무총장 경선 과정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와 막판까지 경합했던 유 본부장이 선출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재작년 7월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것을 문제 삼아 한국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과정을 유 후보가 이끌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유 후보가 당선할 경우 한일 간의 WTO 분쟁 해결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오콘조이웨알라가 선출될 수 있도록 물밑 외교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도 유 후보가 WTO 사무총장이 될 경우 WTO에서 벌어지는 한일 간 분쟁에서 일본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논조를 유지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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