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성보좌관 "내가 정치적 문제 일으킨 것처럼 취급…역겨웠다" 폭로
모리슨 총리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공식 사과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호주의 한 장관의 여성 보좌관이 의사당 건물 내에서 동료 남자 직원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면서 집권당이 자신을 침묵시키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 보좌관은 집권당과 내각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미온적 대처 기류와 자신을 '골칫거리'로 취급한다고 느꼈다고 주장했고, 호주 총리가 나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린다 레이놀즈 호주 국방장관이 방위산업부 장관 재직 때 언론담당 보좌관이었던 브리타니 히긴스(26)는 지난 2019년 3월 어느 날 저녁 사무실 동료들과 술자리를 함께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히긴스는 한 남자 동료로부터 자신의 차로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응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차를 돌려 호주 의사당 건물로 향했고, 히긴스는 술에 취해 의회 내 레이놀즈 장관실의 소파에서 잠들었다가 이 남자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호주 집권 자유당 내에서 떠오르는 신예 당직자로 유망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건 직후 히긴스는 레이놀즈 장관을 포함해 의회 사무국, 당 중앙조직 등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미온적인 기류를 느꼈고, 자신이 집권당과 내각에 '정치적 문제'를 불러일으킨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는 스콧 모리슨 총리가 정국 타개를 위해 조기 총선을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결국 집권당의 내부 압력을 이기지 못한 히긴스는 2019년 4월 고소를 취하했다고 한다.
히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에 신고하든지 일자리를 지키든지 하나를 택해야 했다면서 "그들(집권당)은 나를 침묵시키려 했고, 나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여겼다. 너무 역겨웠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내용을 호주 언론들에 폭로하자 내각과 집권당은 거센 비난에 직면했고, 스콧 모리슨 총리가 공식으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모리슨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호주 내각은 의회와 내각 내 성범죄 대응과 피해자 보호 등의 절차에 대한 재검토에도 나서기로 했다
히긴스를 보좌관으로 뒀던 레이놀즈 국방장관은 히긴스에게 "전적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당시 히긴스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으려는 분위기가 당내에 있었다는 히긴스의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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