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도시 접종 중단…대통령은 제트스키·물놀이 즐겨 비난 자초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 전국시장협의회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백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연방정부의 모호한 태도 때문에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연방정부는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백신 부족은 전적으로 연방정부의 잘못"이라면서 "시장들은 연방정부에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협의회의 성명은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시와 북동부 사우바도르시, 북부 아나닌데우아시, 중서부 쿠이아바시 등에서 백신 부족으로 이날부터 접종을 중단한 데 맞춰 나왔다.
협의회는 보건부와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달 중순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보건부 장관에게 정기적인 대화와 협의를 촉구했으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정부는 백신 대량 접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지사들도 지난 12일 보건부가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무런 내용도 없는 접종 계획만 밝히고 있다면서 상원의장과 하원의장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파주엘루 장관은 지난주 상원에 출석해 올해 안에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 2억1천180만 명에게 접종할 백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의 지마스 코바스 소장은 "집단면역이 가능해지려면 전체 인구의 80%가량에 접종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백신 3억4천만 회분이 필요하다"면서 "장관의 발언은 있지도 않은 백신으로 접종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남부 산타 카타리나주 해변에서 한가롭게 카니발 연휴를 보내 비난을 자초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제트 스키를 타다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한 채 주민들과 접촉하는가 하면 잠수와 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총기 소유 규제를 완화한 사실에 빗대 "지금 브라질 국민은 총기가 아니라 백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5월에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은 날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호수에서 제트스키를 타며 물놀이를 즐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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