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아직 인가하지 않은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백신 접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남아공은 지난 17일부터 전국 9개주 17개 병원에서 우선 일선 보건종사자들을 대상으로 J&J 백신 8만 회분에 대한 접종을 시작했다고 현지 eNCA방송은 전했다. 남아공 규제 당국은 현재 대규모 시험 목적 성격의 접종만 허가한 상태다.
그렇다면 남아공이 이처럼 J&J 백신에 희망을 건 이유는 뭘까.
이는 대규모 국제 임상 시험에서 이 백신이 지난해 12월 남아공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지 일간 더시티즌에 따르면 17일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즈웰리 음키제 보건부 장관도 J&J 백신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차원에서 먼저 접종을 받았다.
전세계에서 J&J 백신의 긴급 사용을 아직 공식적으로 승인한 국가가 없는 가운데 남아공은 이번 접종을 최종 임상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 단계로 진행한다.
이번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는 어떤 위약 주사도 주어지지 않고 모든 참여자의 건강과 감염여부가 추적된다고 보건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에 따라 라마포사 대통령도 실질적인 시험 대상의 일원이 된 것이다.
그는 다섯 명의 간호사들이 먼저 접종한 다음 여섯 번째로 접종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케이프타운의 카옐리차 병원에서 간호사의 설명을 들은 뒤 팔을 걷어붙이고 백신 주사를 맞았다.
평소 주삿바늘을 무서워했다는 그는 "백신을 맞는 것은 빠르고 쉬웠으며 고통스럽지 않았다"면서 "모든 보건종사자들이 등록해서 백신을 맞을 것을 촉구한다.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제1 방어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125만 보건종사자 가운데 최소 38만 명이 접종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등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엔버 더미니 케이프타운 관광부문 수장은 백신 접종 개시와 관련, "오늘은 회복을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J&J 백신은 특히 전염성이 강한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중증까지 57%의 효능을 갖고 있으며 중증에 대해서는 85%의 효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백신과 달리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남아공은 J&J 백신 추가 50만 회분을 향후 4주 이내에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남아공은 이미 J&J 백신 900만 회분을 확보했고 그 수를 3천만 회분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보건 전문가들이 전했다.
의료전문가인 헤더 자 케이프타운대 교수는 정부가 J&J 백신 이외에 화이자와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도입해 그 효능을 더 높이라고 촉구했다.
남아공은 화이자 백신도 2천만 회분을 확보한 상태고 중국의 시노팜과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도 얻을 수 있다고 음키제 보건장관이 말했다.
150만 명 가까운 확진자로 아프리카 최대 감염국인 남아공에서 성공적인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경우 대륙의 다른 나라들에도 희망을 줄 수 있다. 이들 가난한 나라는 백신 레이스에서 멀리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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