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대만 공급권 쥔 중국…'구매 방해' 공방

입력 2021-02-19 10:37  

화이자 백신 대만 공급권 쥔 중국…'구매 방해' 공방
대만 "계약 최후 단계서 갑자기 취소" vs 중국 "날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미국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화이자백신의 대만 공급 권한을 중국 기업이 쥔 가운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에 '백신 구매 방해 압력'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19일 대만과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논란은 대만 측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계기로 시작됐다.
천스중(陳時中) 대만 위생부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오엔테크가 대만에 화이자 백신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 직전 단계에서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천 부장은 바이오엔테크가 '내부 이견 및 글로벌 백신 배분에 관한 도전'을 계약 취소의 이유로 들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정치적 압력이 있었다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가 '중국'이라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중국 본토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것은 화이자백신의 대만 판매권을 바이오엔테크가 아닌 중국 기업이 최종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약사인 푸싱그룹은 작년 최대 1억3천500만 달러의 개발비를 바이오엔테크에 제공하고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대만 유통권을 확보했다.
당초 바이오테크는 대만에 500만 회 분량의 화이자백신을 대만에 판매할 계획이었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계약서 서명 직전에 거래가 취소된 것에는 정치적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은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끊고 군사·외교·경제 등 다방면에 걸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반드시 통일해야 할 '미수복 영토'로 간주한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책임 공방, 미국-대만 관계 강화 등의 영향으로 양안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대만 정부와 많은 현지 언론은 코로나19를 지금도 '우한 폐렴'이라고 부른다.
대만의 화이자 백신 거래 불발과 관련해 중국과 대만 정부는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천 부장의 발언 이후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성명을 내고 "대륙(중국) 요인으로 바이오엔테크 백신의 대만 판매가 막혔다고 말하는 것은 날조"라고 밝혔다.
다만 마 대변인은 푸싱그룹이 작년 3월 바이오엔테크와 맺은 계약에 따라 '중국 대륙'은 물론 홍콩과 '대만 지구'에 대한 백신 공급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대만도 의혹 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18일 밤 낸 성명에서 "우리는 대륙(중국) 측의 말을 수용할 수 없고, 대만 각계 역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륙 측이 백신 획득 등 보건 분야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간섭을 한다면 양안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날 대만 위생부장의 '폭로' 이후 바이오엔테크는 성명을 내고 대만에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 있다면서 "토론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만 현지 언론들은 중국 푸싱그룹을 거치지 않고 화이자 백신을 거래하기 위해 대만이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경유하는 형식으로 독일 바이오엔테크에서 직접 화이자백신을 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저지 모범 지역으로 손꼽히는 대만은 이번에 논란이 된 화이자백신을 빼고도 모더나 505만 회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회분, 코백스 476만 회분 등 총 1천981만 회분의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대만 인구는 2천300만 명가량이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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