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기준 변경 후 비(非)휴대전화 급증…전체의 3분의 1차지
시장·소비자 체감과 온도 차…"가계통신비 부담완화 효과 적어"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국내 알뜰폰 시장이 지난해 말 가입 회선 수 900만 시대를 열었지만, 실제 알뜰폰으로 휴대전화를 쓰는 가입자는 작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통계 기준 변경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등 회선이 많이 늘어나면서 900만이라는 기록은 결국 시장이나 소비자 체감과 거리가 있는 '착시효과'라는 말이 나온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알뜰폰 가입 회선 수는 911만1천285개로 처음으로 900만개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는 휴대전화 외에도 각종 IoT 기기와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등을 합친 통계로, 이 중 휴대전화 회선 수만 따지면 610만5천517개로 지난해 말 687만229개보다 76만4천712개(11.1%) 감소했다.
일반 사용자들이 주로 쓰는 후불제 휴대전화 회선 수가 331만2천188개에서 344만8천198개로 13만6천10개(4.1%) 증가했지만, 이전까지의 감소세에서 반등해 겨우 전년 중순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나 단기 체류자들이 주로 쓰는 선불제 휴대전화 회선 수는 355만8천41개에서 265만7천319개로 90만722개(25.3%) 대폭 감소했다.
그런데도 전체 알뜰폰 회선 수가 늘어난 것은 IoT 및 보조 단말용 등 비(非) 휴대전화 회선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비휴대전화 회선 수는 2019년 말 87만9천287개에서 지난해 말 300만5천768개로 212만6천481개(241.8%) 급증했다. 이들 회선이 알뜰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3%에서 33%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9월 102만1천482개에서 1개월 뒤인 10월 270만6천807개로 늘어나면서 급증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이전까지 일반 이동통신으로 집계하던 커넥티드카 가입 회선을 알뜰폰 회선으로 집계하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계 기준을 바꾼 결과다.
업계에서는 알뜰폰 가입 회선 수가 증가세라고 하지만 실제 시장이나 소비자 체감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겉으로 보이는 전체 회선 수와 별개로 알뜰폰 휴대전화 가입자 증가 없이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정부의 알뜰폰 정책 목표도 효과를 보기 힘들 것으로 지적했다.
그나마 최근 후불제 알뜰폰 휴대전화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주도한 마케팅 경쟁의 결과로서 반길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중소업체들은 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모회사 지원에 힘입어 점유율을 계속 높일 경우 알뜰폰 생태계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통신 요금 인하 효과와 중소업체와의 상생 등 질적인 내용"이라며 "눈앞의 성장보다 애초의 알뜰폰 도입 취지에 맞도록 내실 있는 성장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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