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안 잡히는 작은 물고기만 남아 미래 어업에 영향
獨연구진, 강꼬치고기 800마리 대상 연구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의 어로(漁撈)가 크고 활동적인 물고기보다 작고 비활동적인 개체에 대한 '선택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미래의 어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어로 활동은 물고기의 생존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성장보다는 번식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해 크기를 작게 만든다. 여기에다 어로활동 자체가 큰 개체를 집중적으로 잡아들임으로써 작은 개체만 남게 한다. 이와함께 공격적이고 활동적인 개체는 낚시의 미끼를 물거나 그물에 걸려 사라지고 자기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활동량이 적은 개체만 남아 작아진 물고기마저도 잡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연구협회'(FVB)와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프니츠 담수 생태 및 내륙 어업연구소(IGB) 연구진들은 북반구의 민물과 짠물에서 모두 살 수 있는 '강꼬치고기'(pike)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어로가 물고기의 행동과 어획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IGB의 로베르트 알링하우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브란덴부르크의 한 호수에서 고성능 수중 원격측정 장치를 이용해 4년에 걸쳐 강꼬치고기 800마리의 번식과 이동 등을 파악하고 포획되는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의 특성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몸집이 큰 물고기가 더 많은 새끼를 낳아 몸집이 커지는 쪽으로 자연선택이 작용했지만 어로 활동에 따른 선택은 이와는 정반대로 더 작은 물고기가 생존하는 쪽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크기에서는 활동적인 개체가 활동이 약한 개체보다 잡힐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알링하우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선택과 어획에 따른 선택 간 경쟁에서 작고, 비활동적이며 잡기 어려운 물고기가 살아남는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어획률 감소로 나타날 수 있으며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생태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어로 규제책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최소 크기만 규제하는 것으로는 어로 활동에 따른 선택을 막을 가능성이 작다면서 최대 크기 제한도 함께 도입해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어로 활동 제한이나 어로 허용 수역 및 보호수역 순환 등과 같은 혁신적인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이고, 어업에 미치는 사회, 경제적 영향이 심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제1저자인 어류 생물학자 크리스토퍼 몽크 박사는 "어류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려면 개체 내에서 진화적 변화 가능성을 파악하고 가능한 대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를 통해 발표됐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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