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부담에 힘 잃은 코스피…다시 3,000선 아래로

입력 2021-02-24 16:53  

인플레 부담에 힘 잃은 코스피…다시 3,000선 아래로
중화권 증시 약세도 악재로…전문가들 "일시적 조정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연초 3,000선을 돌파하고서 거침없이 오르던 코스피의 기세가 주춤하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시장이 악재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지수는 다시 3,000선을 내줬다.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5.11포인트(2.45%) 내린 2,994.98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3,000선을 밑돈 것은 1월 29일(2,976.21) 이후 약 4주 만이다.
하루 지수 낙폭과 하락률 역시 1월 29일(92.84포인트·3.03%) 이후 최대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천319억원, 1천351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개인은 5천611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30.29포인트(3.23%) 하락한 906.31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작년 12월 2일(899.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는 1월 6일 역대 처음으로 장중 3,000선을 돌파하고 1월 11일에 장중 3,266.23까지 상승했으나, 더 오르지 못하고 한 달 넘게 횡보 장세를 이어갔다.
단기간 지수가 급등하면서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부담에 점점 상승 탄력이 둔화했고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전망과 금리 상승이 증시 약세 압력을 키웠다.
이 와중에 중화권 증시 약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수급 부담 등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 가까이 내렸고 홍콩 정부의 주식거래 인지세 인상 검토 소식에 항셍지수는 약 3%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 오른 1,112.2원에 마감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플레이션에 의한 미 국채 금리 상승 부담이 증시 부진의 배경이 된 가운데 홍콩 인지세 인상 등의 이슈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거래가 많지는 않아서 지수 급락이 외국인과 연기금 매도의 직접적 결과라기보다는 투자 심리 저하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대비 가파르게 상승했기에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며 "중화권 증시 부진이 전반적으로 매출 출회 욕구를 자극하고 장중 원/달러 반등이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 금리 상승세는 그간 가파른 상승장을 이끌어온 기술주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웠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2021년 1월까지 주식시장은 재정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집중했다"며 "그러나 지금 시장의 관심은 금리 상승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 또는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리스크 등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작년 말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가파르게 오른 국내 증시가 일시적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시장을 움직이는 근본적 동력인 유동성과 경기 회복 강도에 변함이 없다면 추세가 훼손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런 맥락에서 일시적으로 3,000∼3,200대 박스권 하단이 깨질 수 있지만 3,000선은 지켜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3,000선이 깨지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물량이 일시적으로 나올 수 있어 2,900선 밑으로 출렁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경기회복과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거나 과열 및 밸류에이션 부담을 충분히 덜어내야 마무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상보다 조정이 깊지 않을 수 있지만 당분간 시장 변동성에 대한 경계 심리를 유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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