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료 협상 실패 시 강제조정…"미디어기업, 공정한 대가 받을 것"
구글·페이스북 반발…정부와 합의로 사용료 내지만 법 피할 길 마련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호주에서 세계 최초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디지털플랫폼에 '뉴스 사용료'를 매기는 제정법안이 25일(현지시간) 통과됐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디어와 디지털플랫폼 의무 협상 규정'(News Media and Digital Platforms Mandatory Bargaining Code)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가결됐다.
디지털플랫폼과 뉴스제공자가 사용료 협상을 벌이도록 촉진하고 협상에 실패하면 결정에 구속력이 있는 조정절차를 밟도록 강제하는 것이 법의 골자다.
조정위원회는 정부가 지정하기 때문에 미디어 기업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이 뉴스 선정 알고리즘을 변경하면 공지토록 하는 내용도 법에 담겼다.
이 법은 사실상 디지털플랫폼이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다만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용료를 부담하되 법 적용은 피할 길도 마련돼있다.
이 법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2018년부터 구글과 페이스북이 언론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끝에 작년 7월 초안을 내놓고 재무부가 같은 해 12월 8일 의회에 정식으로 발의하면서 제정됐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법이 통과되기에 앞서 강력히 반발했다.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뉴스를 제공함으로써 뉴스를 읽게 했다는 것이 이들의 가장 주된 주장이었다.
구글은 법이 시행되면 호주에서 검색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고, 페이스북은 이달 중순 뉴스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가 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구글은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과 현지 대형 미디어 기업 '세븐 웨스트 미디어' 등과 사용료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페이스북은 지난 23일 호주 정부와 법안을 일부 수정하는 대신 뉴스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수정된 법안에는 정부가 법 적용대상을 선정할 때 '디지털플랫폼이 미디어 기업과 뉴스 사용료 합의 등을 체결해 호주 뉴스 산업 지속 가능성에 상당한 기여를 했는지'를 고려하도록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미디어 기업과 개별적으로 사용료 합의를 맺으면 법 적용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다.
원안에서는 '디지털플랫폼과 미디어 기업의 협상력에 두드러진 격차가 있는지'만이 고려 요소였다.
수정안에는 정부가 법 적용대상을 선정하기에 앞서 디지털플랫폼 측에 공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페이스북은 '세븐 웨스트 미디어'와 사용료 계약을 맺었고 다른 미디어 기업과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호주 정부는 법 시행 1년간은 검토 기간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시 프라이던버그 재무장관과 폴 플레처 통신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이번 법은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받게 할 것"이라면서 "이는 공익을 위한 저널리즘이 유지되도록 돕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호주 의회 입법조사처도 법안 요약 보고서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뉴스미디어에 미친 영향이 상당하다"라면서 "검색·사회관계망 도구들이 매일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인을 돕긴 하지만 (미디어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광고 수익 등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고 이는 높은 수준의 기사를 발행하는 데 타격을 줬다"라고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호주에서 디지털플랫폼에 뉴스 사용료를 내게 만드는 법이 마련됨에 따라 영국과 캐나다 등 비슷한 법을 준비하는 다른 국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내다봤다.
BBC방송은 "뉴스 독자들이 계속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기술기업들은 뉴스 사용료를 내라는 국제적인 요구에 직면해있다"라면서 "기술기업들이 가진 권력에 대한 조사도 늘어왔고 허위정보와 싸우라는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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