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구인난에 5번째 연임…추락한 위상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을 여섯 번 연속 수장으로 맞는다.
한때 재계 '맏형'이었다 위상이 급추락한 전경련이 최근 굴욕적인 통합설까지 휘말린 상황에서 허 회장의 여섯 번째 리더십이 쇄신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전경련은 26일 오전 정기총회를 열어 허 회장을 제38대 회장으로 추대한다.
전경련은 관례상 정기총회 이전에 미리 회장단의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을 결정해 내정자를 외부에 알린 뒤 정기총회에서는 새 회장을 추대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로써 허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6회 연속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됐다. 또 5연임인 동시에 전경련 최장수 회장이라는 타이틀도 쥐게 됐다.
허 회장은 2017년과 2019년에 이어 올해에도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후임자가 없자 연임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스로 허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지만 최근 전경련이 정권의 패싱과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통합설 등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허 회장이 짊어질 무게는 이전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라는 새로운 수장을 영입해 변화를 꾀하는 상황에서 전경련은 더 큰 쇄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앞서 대한상의는 김범수 카카오[035720] 이사회 의장 등 소위 '젊은 피'라 불리는 정보기술(IT)·금융업체 창업자들을 서울상의 회장단에 대거 합류시켰고, 무역협회는 퇴직 경제관료들이 회장직을 맡아오던 관례를 깨고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을 수장으로 맞았다.
전경련도 최근 경제단체의 변화 바람을 인지하고 달라진 기업경영 환경에 발맞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회장단에 IT기업 총수들의 합류를 추진 중이고, 할아버지·아버지 대에 이어 그룹을 맡은 2~3세대 경영인들과의 접촉도 늘리고 있다.
또 대기업 목소리를 변하는 국내 최대 민간경제협력채널이라는 본연의 역할 회복을 위해 국정농단 사태 당시 탈퇴했던 4대 그룹의 재가입도 추진 중이고,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정책 연구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쇄신이 어느 정도의 결과를 내지 못하면 올해 60주년을 맞은 전경련이 존폐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근 제기된 경제단체 통합설이다.
지난해부터 '공정경제3법', 노동조합법 등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 잇달아 국회를 통과하자 이를 막지 못한 경제단체들의 무력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로 인해 전경련과 경총을 중심으로 경제단체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외부 분위기가 호의적이진 않지만 전경련도 허창수 회장의 안정적 리더십 아래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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