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남아공 수능 결과 뒤늦게 신문에 발표

입력 2021-02-27 08:00   수정 2021-03-02 02:55

[샵샵 아프리카] 남아공 수능 결과 뒤늦게 신문에 발표
"코로나에 수고 많았다" 격려 함께…대학 입학보다 졸업 어려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02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매트릭(우리의 고3) 시험' 결과가 지난 23일 나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특이한 건 신문에 학교와 수험번호별로 시험 통과 여부가 발표된다는 것이다.
개별 통보도 하고 학교로도 시험 결과가 간다고 하는데 신문에 이렇게 공고를 하는 것이다.
23일자 일간 데일리선 지에는 수도권인 하우텡주 응시자들의 시험 결과가 특집판으로 자그마치 28쪽에 걸쳐 실렸다.
보통 12월이나 1월 초에 발표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라 2월 하순으로 늦춰졌다.
신문은 "2020 수험생들아, 잘했다"라는 제목과 함께 결과에 상관없이 어려운 코로나 상황을 이겨내고 시험을 치른 데 대해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시험 응시자들은 고3과 우리의 재수에 해당하는 경우까지 합쳐 100만 명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2020 수능 응시생이 42만여 명인 데 비해 2배 이상이다.
남아공 인구(2019년 기준 약 5천900만 명)는 한국(약 5천200만 명)보다 약 700만 명 더 많다.
한국도 그렇지만 남아공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수학2와 물리2 시험지 사전 유출 사건이 불거져 교육부와 옹호 단체 및 노조 간에 법적 분쟁까지 불거졌다.
교육부 장관은 해당 과목의 재시험을 주장했지만 지난해 12월 법원은 장관의 결정을 뒤엎고 채점 결과를 그대로 진행하도록 했다.
한국과 같은 점은 등교 수업이 지난해 내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립학교는 그나마 나았지만, 시설이 열악한 공립학교들은 온라인 수업조차 할 형편이 안됐다.
남아공은 술과 담배 판매까지 금지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록다운(봉쇄령)을 시행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도 이번 전국시니어인증(NSC) 시험 결과는 전년도와 비교해 통과율이 5%포인트 정도만 하락한 76.2%로 나왔다.
안지 못섹가 기초교육부 장관은 "이 정도만 떨어진 데 대해 모든 남아공인과 교사, 수험생에게 감사하다"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난 크게 피를 볼(성적이 저하될) 줄 알았다"고 말하며 안도했다.
이어 "바이러스만 아니었더라면 이번 클래스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물론 이전에도 보면 사립학교의 경우 통과율이 90%가 넘은 곳도 있다고 한다.

결과는 대학교 입학 허가, 단과대학 및 전문대 입학 허가, 단순한 고등학교 졸업장 등으로 세분된다.
시험 과목은 보통 7과목 이상을 두 달에 걸쳐 본다. 선택과목에 따라 9, 10과목도 보는 학생도 있다.
하루에 한두 과목 정도를 보며 수학의 경우 이론과 응용으로 수학1, 수학2 외에 고급 과정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하루에 해당 시험 과목을 다 보는 한국 수능 시험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수년 전에 매트릭 시험을 본 한 교민은 전화 통화에서 "서술형 문제가 많고 하루에 한두 과목만 두세 시간씩 보기 때문에 훨씬 준비를 깊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년가량 현지 생활을 한 다른 교민도 "한국의 경우 수능일 컨디션에 따라 시험 결과가 크게 영향을 받지만 여기는 그런 면이 훨씬 덜하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오래 생활한 또 다른 교민은 자녀 3명을 이곳에서 치대 등에 보냈다.
그는 26일 역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학을 들어가기가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쉽다고 할 수 있지만, 졸업은 훨씬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설계 등 일부 과는 공부량이 많아 200명 정도 뽑아 졸업까지 남는 학생이 겨우 30, 40명 수준인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한번 매트릭 시험을 보면 그것으로 전과 등 다른 대학 편입에 계속 따라간다.
그해 수능 시험을 매번 봐서 그 결과로 가는 한국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단 어떤 과목에 패스하지 못해서 이듬해 그 과목에 한해 다시 시험을 치르는 '부분 재수'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 말하는 재수생 개념과는 좀 다르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도 보는 시험지가 서로 다르다.
한 사립학교 출신인 요한(사진)은 이번 수능에서 7과목 올 A에 해당하는 성적을 받아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23일 "웨스턴케이프대 치의학과는 입학 허가를 받았고 프리토리아대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호주 시드니 쪽으로는 법대에 유학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립학교는 IEB라는 형태의 시험으로 영국 등에서 국제공인을 받고 성적도 대체로 우수한 데 비해 공립학교는 편차가 크나 아프리칸스어(토착 백인어)를 쓰는 일부 학교 등은 그래도 뛰어난 편이라고 덧붙였다.
26일 현재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입학식을 하는 대학들이 있다.
이곳 대학도 3월부터 다시 문을 여는데 올해 대학 새내기들과 고교 졸업생들은 한국이나 남아공이나 다 코로나19를 버텨내고 나온 '역전의 용사'들로 격려를 받아야 마땅한 점은 공통점으로 보인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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