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지난해 출생아 중 남자아이 비중이 4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남아선호(男兒選好)'라는 단어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진 셈이다.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추월하는 여초(女超) 시대의 도래 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동향 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출생성비는 104.9명을 기록했다.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태어난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가 104.9명이라는 의미다.
이는 통계청이 판단하는 출생성비 정상범위(103~107명)의 거의 한 가운데다. 성비에 대한 선호 없이 수정된 아이를 그대로 자연스럽게 낳았을 때 나타나는 성비에 도달한 것이다.
지난해 남아 비중은 1977년 104.2 이후 43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출생성비는 1990년 116.5명을 기록한 후 2000년 110.1명, 2010년 106.9명, 2020년 104.9명으로 점진적인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2007년에 106.2로 처음으로 정상범위로 들어왔고 이후 점차 정상범위의 한가운데로 수렴해왔다.
극적인 변화는 셋째 아이 이상 성비에서 나타난다. 둘째 아이까지가 자연스럽게 낳은 아이 비중이 높았던 데 비해 셋째 아이는 이른바 '대를 잇기 위해' 남아아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1993년의 셋째 아이 이상 출생성비는 209.7명을 기록했다. 여아 100명당 남아가 200명을 넘어설 만큼 성비 불균형이 심각했다.
하지만 셋째 아이 이상 출생성비 역시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2000년에 143.6명, 2010년에 110.9명을 기록하더니 2020년에 106.7명으로 낮아졌다.
2019년의 경우 셋째 아이 이상의 성비가 103.2명으로 전체 출생성비 105.5명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체 출생성비와 셋째 아이 이상 출생 성비가 정상범위에서 거의 일치하는 것은 곧 남아선호 사상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아선호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것은 곧 여초 사회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평균 수명에서 남성이 6년 안팎 더 짧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통계청은 2018년에 내놓은 2017∼2047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2029년에 여초 사회가 시작된다고 예측했다.
여성 100명당 남성의 인구수를 뜻하는 '성비'가 2029년에 처음으로 99.9명을 기록, 100명을 밑돈다고 봤다.
통계청은 추계의 맨 마지막 연도인 2047년(98.3명)까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성비가 떨어진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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