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암살 승인한 왕세자 제재 면제 비판론, 민주당서도 제기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이 언론인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놓고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2018년 10월 잔혹하게 살해한 배경에 무함마드 왕세자의 승인이 있다는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또 같은 날 76명의 사우디인에게 비자 발급 중단 등 조처를 했지만 정작 왕세자는 제재 대상 명단에서 빠져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28일 미 MSN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역사적으로 외교 관계가 있는 국가의 지도부에 대해 제재는 하지 않았다"면서 중국과 러시아 사례를 들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월 1일 사우디에 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모종의 추가 제재를 시사한 것으로 비치는 것도 경계했다.
베딩필드 국장은 새로운 정책 발표가 아니라 지난 26일 조처를 정교화하는 것이라며 "말하자면 행정부가 취한 모든 조처를 보여주는 포괄적 패키지를 국무부가 제시하는 것"이라고 진화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CNN방송에 나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면서도 미국의 국익이 걸린 분야에서 사우디와 협력할 여지를 둘 수 있는 더 효과적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 의원은 CNN에 나와 "인권과 지역적 이익, 안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외교에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지만, 무함마드 왕세자가 제재를 받아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같은 민주당 소속인 메이지 히로노 상원 의원은 ABC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인 사우디와 관계를 재평가하고 있지만, 보고서 공개의 결과에 관한 국면이 끝났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게 내 희망"이라고 언급해 온도 차를 보였다.
공화당 소속 롭 포트먼 상원 의원은 "아무도 왕세자가 책임이 없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에 초점을 맞춘 추가적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그가 사우디 실권자로서 머지않아 국왕에 등극할 인물인데다 이란 등 중동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에 대응하려면 우방인 사우디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도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 의원이 왕세자에 대한 조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론이 나왔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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