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희생돼야' 글 다음날 사망…미얀마 안타까운 죽음들

입력 2021-03-01 10:13   수정 2021-03-01 17:19

'얼마나 더 희생돼야' 글 다음날 사망…미얀마 안타까운 죽음들
어린 아들 두고 군경 총격에 숨진 엄마…시위대 향해 호소하는 수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 총격으로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최소 18명이 숨져 쿠데타 이후 최악의 참사를 기록한 가운데, 현지 SNS에는 참상을 전하는 사진·동영상과 함께 일부 피해자들의 사연도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날 오전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시내 흘레단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군경이 쏜 총에 가슴을 맞고 숨진 한 20대 남성은 양곤에서 처음 사망한 시위 참가자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이 남성이 니 니 아웅 뗏 나잉(23)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즉각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니 니 아웅 뗏 나잉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엔이 행동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필요한가"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이 해시태그는 미얀마 네티즌들이 SNS에서 퍼 나르는 것으로, 군부 쿠데타로 인한 미얀마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유엔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문구다.
네티즌들은 그가 쿠데타 발생 이후 같은 메시지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한밤중에 양곤의 유엔 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이라고 적었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SNS에는 그가 총에 맞아 쓰러진 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총 맞았어"라고 말했다는 글들도 올라와 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을 보면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져있던 그의 오른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다.
한 네티즌은 "이 친구는 우리 학교에 다니던 쌍둥이 중 동생이었다"면서 "편히 쉬길…"이라는 글을 남기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네티즌들은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그의 페이스북을 찾아 애도의 심정을 담은 댓글을 달았고, 저녁에는 그를 위한 촛불집회도 열었다.



전날 저녁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한 여성이 길을 가던 도중 군경의 총격으로 즉사한 소식이 전해졌다.
SNS에는 이 여성이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다면서, 아들의 우는 모습과 함께 "엄마한테 가고 싶어요. 오늘 밤에는 누굴 안고 자요?"라고 울먹이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담긴 사진들도 올라왔다.



북부 카친주 미치나에서는 수녀복을 입은 한 수녀가 시위대와 군경이 대치하는 사이에서 양측을 향해 자제를 촉구하는 듯한 동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이 수녀가 방패를 들고 있는 군경들을 향해 무릎을 꿇는 모습도 있다.
네티즌들은 이 수녀가 군경에게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적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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