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빠가 상 받기를 기도"…정 감독 "제 딸이 영화를 만든 이유"
아시아계 미국인들 "영화 보는 내내 울었다" 감상평 줄이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영화 '미나리'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해맑은 표정의 딸과 함께 전한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이 미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정 감독은 7살 딸 리비아를 꼭 끌어안은 채 수상 소감을 밝혔고, 온라인에서는 이 장면을 보고 감동했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정 감독의 딸 리비아는 2월 28일(현지시간) 진행된 온라인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아빠를 와락 끌어안았고 "(아빠가 상을 받기를) 기도하고 기도했어요"라고 외쳤다.
정 감독은 품에 안긴 딸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제 딸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며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라며 "나도 그것을 배우고 (딸에게)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 감독 부녀가 보여준 뭉클한 수상 소감은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한 네티즌은 1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딸의 모습과 정 감독의 수상 소감에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고 썼다.
또 "딸이 '기도하고 기도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울었다", "정 감독이 딸과 함께 매우 사랑스러운 수상 소감을 했다", "딸이 무척 귀여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미국 내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서 온 대만계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낸시 왕 위엔은 "미나리는 마음의 언어라고 한 정 감독의 수상 소감을 사랑하고, 그의 딸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인을 비롯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감상평도 많았다.
한인 2세라고 소개한 아이디 '앤젤리나'는 "방금 미나리를 봤다. (영화의 내용이) 내 삶과 가족과 연결돼있어 공감했고 울었다"고 말했다.
누리꾼 크리스티나 모스는 "미나리에서 나의 태국계 가족을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고 썼다.
미국 누리꾼들은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규정 때문에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한 것을 두고 "알림, 미나리는 미국 영화다", "미나리는 미국 영화의 걸작"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가 만든 미국 영화다. 하지만,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골든글로브 규정에 따라 외국어영화상만 받았다.
아이디 '루시'는 "미나리는 상을 받았지만, 잘못된 부문에서 수상했다"고 지적했고 '와일드 샷'은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데 우리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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