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소녀가 뭘 알았겠나…저자의 순수한 추측에 기반"
"'합법 계약' 주장 합리화하려고 게임이론 잘못 적용"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출간할 학술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로부터 이 논문을 검토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교수들이 답변서를 통해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 헤브루대(경제학) 이얄 윈터 교수와 영국 랭커스터대(경제학) 앤드루스 브루너, 엘리자베스 브루너 교수는 3일 IRLE 편집장에게 보낸 답변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증거가 없고 결론 도출 과정에서 기초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동료 교수의 부정적인 검토 결과를 받은 IRLE가 과연 예정대로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 전쟁의 성계약' 논문을 출간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 교수는 먼저 "해당 논문은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의 이른바 위안소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가해진 성폭행이 합법적 계약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 소녀의 인터뷰를 제시했다"라며 논문의 한 대목을 지목했다.
램지어 교수는 이 논문에서 "오사키가 열 살이 됐을 때 모집원이 들러 '외국으로 가는데 동의한다면 선급금으로 300엔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모집원은 오사키를 속이려 하지 않았고, 이 소녀는 열살이었지만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았다"라고 적었다.
이들 교수는 "이 대목이 매우 문제가 있다"라며 "오사키가 정말로 열 살에 어떤 일이 뒤따르게 될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겠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믿기 어려운 주장이 맞는다는 증거가 논문에 단 하나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램지어 교수는 오사키가 나이가 더 든 뒤 인터뷰했다는 야마자키라는 사람을 근거로 들었지만 윈터 교수 등은 "이런 주장을 야마자키가 했는지, 오사키가 했는 지도 참고자료가 없고, 오직 저자(램지어)의 순수한 추측으로만 주장이 수립됐다"라고 반박했다.
또 "설사 램지어의 추측이 맞고 열 살 된 오사키가 상황을 모두 이해했다고 해도 이 사례 하나가 다른 10만명의 위안부 피해자에게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주장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사용했던 '게임 이론'에 대해서도 오류가 있다고 논박했다.
램지어 교수는 전쟁터에서의 매춘이란 직업의 위험성이나 명예 손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여성들은 거액의 선급금이라는 신뢰할만한 약속(credible commitments)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성사된 합리적 계약이었다는 식으로 게임이론을 끌어들였다.
윈터 교수는 "신뢰할 만한 약속은 상대방이 B라는 행동을 하면 A라는 행동을 하겠다는 게임 참여자의 맹세"라며 "위안부의 사례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게임참여자(일본군)의 자기 구속력이 빠졌기 때문에 선급금은 신뢰할만한 약속과는 무관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논문에선 양측(일본군·피해여성)의 관계를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라며 "게임이론을 일본군 위안소의 역사에 굳이 적용해야 한다면 일방적이고 완전히 이기적인 게임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에게 끔찍한 고통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이론을 끌어들이면서 참고문헌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끝으로 "이런 사실을 해석하는 데 게임이론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라고 촌평했다.
인터넷판에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실은 IRLE는 출간을 앞두고 그의 최종 답변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