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권단체 전해…2014년 사기사건 관련 집행유예 취소로 실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 2014년 사기 사건과 관련 실형 판결을 받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내부 규율이 엄격하기로 악명 높은 모스크바 인근 블라디미르주(州)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온라인 매체 '뉴스루'에 따르면 복역자 인권감시단체인 '사회감시위원회'(ONK)는 1일(현지시간) 나발니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블라디미르주 파크로프시의 제2번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그를 이곳으로 보낸 이유는 이 교도소가 엄격한 규율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ONK 책임서기 알렉세이 멜리니코프는 "이 교도소의 하루 일정은 아주 엄격하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서 "아침 5~6시에 기상하고 저녁 10시 일과가 종료해 수면이 불충분하다. 운동 15분, 화장실 10분, 아침·저녁 점호 40분, 식사 시간 30분 등으로 모든 것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 교도소에서 복역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교도소는 북부 카렐리야, 시베리아 옴스크·크라스노야르스크 교도소와 함께 수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러시아 내 4대 교도소 가운데 하나로, 구치소에서 대기하는 이들은 이곳으로 가지 않으려고 자신의 배나 동맥을 가르는 자해 행위까지 한다.
특히 나발니 같은 요주의 수감자들이나 테러범 등이 수용되는 교도소 내 특별구역은 아무리 강인한 사람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최악의 수감 환경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한 복역자는 "특별구역에선 계속 앉아있든지 계속 서 있든지 해야 한다. 몸을 돌리거나 일어서거나 무엇을 할 수도 없다. 식사 시간은 밥을 먹고 일어나 손을 보여주는 데까지 2분을 준다. 그 뒤 곧바로 뛰어서 수용동으로 돌아온다"고 전했다.
또 "3시간마다 교도소 행정실에 가서 도주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해야 하며 심지어 한밤중에 보고를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멜리니코프는 다만 나발니의 경우 사회적 관심도가 높고 감독기관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인권 침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본부를 둔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지난달 17일 수감 중인 나발니의 생명이 위험하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으나 러시아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1월 17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구속됐다.
지난달 2일 모스크바 구역법원은 2014년 나발니의 사기 사건과 관련한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뒤이어 같은달 20일 열린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나발니는 사기 사건과 관련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실형으로 살게 됐다.
다만 이전 소송 당시 수사와 재판, 가택연금 등 사법 절차에 소요된 일수가 고려돼 실제 복역 기간은 2년 6개월로 정해졌다.
나발니 중독 사건과 관련 독일 전문가들은 그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발니도 자국 정보당국이 독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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