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내에서 환율정책 토론…"달러 가치 10~20% 고평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가치 낮추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을 최우선시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약(弱) 달러 정책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처럼 달러 가치가 높은 상황에선 미국 제조업 부흥이라는 공약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달러 가치를 낮춰 값싼 수입품에 밀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약 달러를 선호했지만, 실제로는 관세 정책에 더 의존했다.
NYT는 조지프 개그넌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의 논문을 인용해 중국 등의 환율 조작이 미국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에서 개그넌은 2019년 기준으로 달러의 가치는 10~20% 정도 고평가됐고, 이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 수십만 개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반영해 미국의 중소제조업체와 농업 종사자의 이익 단체인 '미국의 번영을 위한 연대'(CPA)는 바이든 행정부 측에 달러 가치를 낮춰야 한다는 정책 제안을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 안에서 달러 가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는 달러 가치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경제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달러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론을 가진 경제학자 제러드 번스타인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으로, 역시 강한 달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경제학자 브래드 세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고문으로 위촉됐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인위적인 달러 가치 하향 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1월 상원의 인사청문회에서 달러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는 시장 경쟁력을 위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낮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옐런 장관이 지금껏 더욱 분명한 어조로 강한 달러를 선호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가 달러 가치를 낮추자는 주장에 대해 이전보다 열린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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