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팔레스타인 영토 사법관할권 인정 후속 조처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전쟁범죄에 대해 공식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5일 ICC가 요르단강 서안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사법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파투 벤수다 ICC 검사장은 이날 성명에서 "5년여간 공들여 예비조사를 한 끝에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오랜 폭력과 불안의 악순환에 깊은 고통과 절망에 시달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의 희생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원칙에 따라 공평한 접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수다 검사장은 앞서 2019년 12월 전쟁범죄는 이스라엘이 장악하거나 사실상 장악한 지역인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역 등에서 저질러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모두가 기소 가능한 가해자 범주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앞서 ICC는 지난달 5일 팔레스타인이 로마 규정(Rome Statute)에 부합하는 '당사국'(state party) 지위를 갖고 있어 사법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ICC 설립을 위한 국제연합 외교 회의가 1998년 로마에서 채택한 로마 규정은 ICC 재판 회부를 위한 관할권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당사국이 범죄 행위를 소추관(검사)에 회부하거나, 소추관이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경우 ICC의 관할권이 인정된다.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점령한 곳이다.
2014년 7∼8월 진행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른바 '50일 전쟁')에서는 무려 2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또 지난 2018년 3월 가자지구 분리 장벽 근처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시작된 뒤 팔레스타인인 300여 명이 이스라엘군에 피살됐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살해하는 등 전쟁범죄를 저질러왔다며 ICC의 조사를 요청해왔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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