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의 하수인으로는 일하지 않겠다며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해외에 파견된 고위 외교단까지 가세하는 등 조직적인 저항운동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공보부 산하 미얀마뉴스통신(MNA)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15명은 전날 성명을 내고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일 쿠데타로 군정이 공보부를 장악한 뒤 국영 매체 기사가 친군부 내용으로 채워지고, 민영 언론사에도 '쿠데타', '군정', '군부' 등의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등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사임하지는 않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복귀해야만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초 모 툰 유엔주재 미얀마 대사가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연설하며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해 군정이 즉각 해임했다.
군정은 대신 틴 마웅 나잉 주유엔 부대사를 임시 주유엔 대사로 임명했지만, 틴 마웅 나잉 부대사는 3일 전격 사임했다.
틴 마웅 나잉 부대사는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불복종 운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상사인 초 모 툰 대사가 해임 결정에 불복하며 대사직 유지를 주장하는 데다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국회의원들이 결성한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유엔에 초 모 툰 대사의 신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또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 주재 미얀마 영사관에 모인 현지 교민들이 미국 정부에 군정이 임명하는 초 모 툰 대사 후임에 대한 비자를 발급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 미얀마 영사관의 먀 먀 치 총영사도 군정의 소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정은 초 모 툰 주유엔 대사가 반기를 든 직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호주 등 19개국에 나가 있는 외교공관 직원 최소 100명을 소환하기로 했다.
이라와디는 쿠데타 직후부터 의료진 파업을 시작으로 공무원 수천 명이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또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 수위를 점차 높여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미얀마 전역에서 하루에만 38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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