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은 법대로 하자는데…구멍 숭숭 법규·내부통제

입력 2021-03-04 17:30   수정 2021-03-04 17:54

LH 직원은 법대로 하자는데…구멍 숭숭 법규·내부통제
전문가 "처벌 쉽지 않아"…정부·여당 "근본 대책 세우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규명돼도 당사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민심은 '일벌백계','발본색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관련 법규와 LH 내부 통제시스템은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허술하기만 하다.
정부와 정치권, LH는 뒤늦게 적용 범위를 넓히고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법과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보완한다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법대로 하자'는 LH 직원…얼마나 허술하길래
문제는 신도시 업무 등에 직접 관여한 경우가 아니면 법 적용이 쉽지 않고 투기로 얻은 막대한 이익에 비해 벌금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이번 의혹의 장본인인 LH 직원들을 걸 수 있는 법은 공직자윤리법(이해충돌 방지의무)과 공공주택 특별법, 부패방지법상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이다.
이들 법은 '재직 중 취득한 정보'나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자체 조사 결과 의혹에 연루된 직원들이 신도시 후보지 관련 부서나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이 재직 중 또는 업무처리 중 취득한 기밀 정보로 투자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이나 시장의 풍문을 듣고 땅을 샀다고 발뺌을 하면 처벌이 쉽지 않다. 업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와 민변도 이를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업무상 정보'를 너무 협소하게 적용해 직접적인 업무 관련자가 아니면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법 위반 시 벌금 규정도 허술하다. 이번 사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공공주택 특별법은 업무상 알게 된 정보로 사익을 챙기거나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수억에서 수십억을 챙길 수도 있는데 너무 벌금이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의혹 대상자들이 비밀정보를 이용해 투자했느냐 여부는 수사와 재판의 영역이지만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국민의 법 감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의혹 규명을 위한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LH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민심의 염장을 질렀다. 한 LH 직원은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라는 법 있느냐"면서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의 직업윤리를 강하게 규정하지 않은 LH의 내부통제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LH엔 '임직원 행동강령'이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사업지구 지정 전 토지거래 행위는 제재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엔 직원 한 명이 부동산 투자 사이트를 통해 수강료를 받고 토지 경매 강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드러나 내부 감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정부·여당, 빠져나갈 구멍 막는다
현행법과 제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정부와 여당은 보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에 이어 4일에도 부패 구조의 발본색원과 함께 "제도 개선책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투기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벌금을 금융 범죄(이익의 3배∼5배)에 준하도록 상향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또 공공주택지구 지정 시기를 전후해 국토부·LH 등 임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를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도 검토 중이다.
진성준 의원은 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토지개발계획을 다루는 유관기관 임직원들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주거 목적 외에 부동산 소유를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신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원 의원은 "LH 같은 공기업의 개발 담당 부서에 있는 일정 급수 이상 직원들도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LH도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내부를 대대적이고 강력하게 혁신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LH는 전 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땐 관련 부서 직원과 가족의 토지 소유 여부를 전수조사하는 한편 조사 결과 미신고 또는 위법·부당한 토지거래가 확인되면 인사상 불이익 등 강도 높은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는 공공주택 특별법상 정보 이용 및 누설에 대한 처벌 대상이나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국민들은 공직자들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는데 여기에 맞게 법과 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것을 보면 투기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면서 "현행법의 미비점을 메우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의 개발 계획은 구상과 입안 단계부터 비밀이 철저히 유지되도록 법규와 제도, 내부 규정을 꼼꼼하게 정비하고 사전 정보를 이용해 투기하거나 외부로 빼돌리는 행위는 일벌백계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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