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군, 1957년 독립운동가이자 변호사였던 부멘젤 고문살해
엘리제궁 "역사 직시하고 사실 인정"…과거 식민통치 잔재청산 계속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알제리의 독립운동가를 프랑스군이 고문·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한 사실을 또다시 공식 인정했다.
AFP통신과 영국의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프랑스군이 알제리 전쟁(1954∼1962) 중 독립운동가이자 변호사였던 알리 부멘젤을 체포해 고문한 뒤 1957년 3월 23일 그를 살해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부멘젤의 후손 네 명을 직접 만나 "프랑스의 이름으로"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역사를 직시하고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아물지 않은 상처가 모두 치유될 수는 없겠지만 미래를 향한 길을 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당시 37세로 숨진 부멘젤이 알제 전투 도중 프랑스군에 붙잡혀 구금됐다가 건물 6층에서 스스로 투신해 숨졌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알제리 전쟁 당시 알제리의 프랑스 정보기관 책임자였던 폴 오사레스가 지난 2000년 자신이 부하에게 부멘젤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라고 명령했다고 양심 선언을 하면서 진상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크롱의 과거사 인정에 대해 알제리 정부는 성명을 내고 "알리 부멘젤을 기린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에 만족한다"면서 "양국이 앞으로 나아가고 안정적이며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이후 과거 식민통치의 만행을 사죄하는 등 과거사 청산 작업을 벌여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알제리를 방문해 독립전쟁에서 숨진 알제리인들의 묘비에 헌화한 데 이어 2018년 9월에는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1957년 프랑스군에 체포됐다가 숨진 알제대 수학 교수 모리스 오댕의 죽음과 관련해 프랑스군의 고문·살해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죄했다.
작년 7월엔 식민통치 당시 프랑스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였던 알제리 독립투사 24명의 유해를 알제리로 전격 반환하기도 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알제리를 프랑스가 식민지배한 사실 자체와 알제리 전쟁에 대한 공식 사과는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알제리를 100년 넘게 식민지배했던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알제리에서 급격히 번진 독립의 열망을 군대를 동원해 억누르다가 알제리와 전쟁까지 벌였고, 1962년에야 독립을 승인하고 철수했다.
알제리 전쟁 당시 프랑스군과의 전투와 체포·투옥 과정에서 숨진 알제리인은 150만명에 이른다.
ku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