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정성 모아 산소공장·무료 급식소 등에 기부
"BTS는 모두에게 좋은 본보기…기부 프로젝트 지속할 것"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극심한 산소 부족이 나타났던 남미 페루에선 지난달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이름으로 훈훈한 뉴스가 전해졌다.
페루 '아미'(BTS의 팬)들이 BTS 멤버 제이홉의 생일을 맞아 산소공장 건립에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기부 프로젝트를 주도한 페루 리마의 크리스티나 오티니아노(31)는 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원격 인터뷰에서 "BTS는 많은 이들이 (기부와 같은) 사회적 활동을 실천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준다"고 말했다.
오티니아노가 또 다른 BTS 팬 소피아 파디야(31), 마델레이 하시구치(34)와 함께 'BTS 페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원래는 전 세계 아미들이 그러하듯 쇼핑몰이나 공공기관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해 BTS 멤버들의 생일을 축하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페루에 코로나19 2차 유행이 찾아왔다.
"사망자가 늘고, 병상과 산소가 모자란다는 뉴스를 보면서 계획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습니다. 페루가 겪는 위기 상황에 그냥 눈 감고 있을 수만은 없었죠."
마침 페루의 한 신부가 운영하는 자선단체에서 리마에 새 산소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취지에 공감한 팬들은 곧바로 온라인 모금 활동을 시작했고, 짧은 시간에 목표금액인 3천 솔을 넘겼다. 우리 돈 92만원 정도로 큰돈은 아니었지만 96명의 페루 팬들이 십시일반 보탠 정성이었다.
팬들의 선행은 페루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훈훈한 감동을 줬다. RPP 뉴스, 라레푸블리카, 파나메리카TV 등 주요 언론이 BTS의 사진과 함께 이들의 기부 소식을 전했다.
오티니아노는 "이 정도 반응은 예상하지 못해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BTS 이름의 기부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오는 9일 또 다른 멤버 슈가의 생일을 앞두고 팬들은 코로나19로 생계가 곤란해진 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 20곳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엔 처음보다 늘어난 110명이 동참해 목표금액 1천달러(약 113만원)가 역시 금방 달성됐다.
"멤버들의 이름으로 계속 프로젝트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BTS는 어린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좋은 본보기입니다. 우리 왓츠앱 그룹엔 11세 어린이부터 38세 팬까지 있죠."
현재 마케팅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오티니아노나 13살 딸과 함께 모녀가 사이좋게 '덕질'을 한다는 컴퓨터 기술자 파디야, 그리고 BTS 열혈 팬 2년 차인 비서 하시구치 모두 BTS가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우리 셋 모두 BTS를 만나면서 인생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했어요. 감정적이든, 일이나 가족과 관련된 것이든 말이죠. BTS가 성장하는 모습, 하루하루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죠."
표현을 많이 하고 따뜻한 것이 페루 아미들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우리의 가장 큰 꿈은 BTS가 중남미, 특히 페루에 오는 것"이라며 "그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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