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다 목표 높아…14·5계획서 '풍력·태양광 대폭 증가' 명시
미국 '기후 공백' 파고드는 중국…"자국 리더십 강화에 활용하려 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중국이 2025년까지 비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을 현재의 15% 수준에서 20%로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 전체회의 개막일인 5일 공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이하 초안)에서 2025년까지 비화석 에너지 비중을 '20%가량'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중국의 비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 15.3%보다 약 5%P 높은 수준이다.
시장 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중국은 5개년 경제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비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을 3∼4%P씩 높여왔다는 점에서 올해 목표는 예년보다 공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국의 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정점을 찍고 내려가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14·5계획이 적용되는 2021∼2025년까지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할 이번 전인대 전체회의를 통해 어떠한 구체적 '액션 플랜'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비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을 크게 높이기 위해 증설에 한계가 있는 수력 발전이나 안전성 우려가 지속되는 원자력 발전 대신 풍력·태양광 발전을 발전시키는 데 더욱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덴마크의 에너지 컨설턴트인 올레 오드가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2020년 중국의 (에너지) 공급에서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9%였는데 현재의 정책대로라면 2030년 그 비중이 18%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오늘날 수력 발전이 신재생 에너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미래에는 더 많이 개발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런 다른 재생 에너지 비중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무원은 '초안'의 신재생 에너지 공급 확대를 다룬 부분에서 풍력과 태양광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생산을 '대폭 증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초안에는 중국 동북3성, 네이멍구자치구, 신장자치구, 티베트자치구, 윈난성, 쓰촨성 등 서북부 지역 8곳에 태양광·풍력·수력 발전 시설을 결집한 초대형 청정에너지 클러스터(기지)를 조성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에 원자력 발전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한다'는 표현을 써 대조를 이뤘다.
베이징의 에너지 전문가인 마쥔도 원자력 발전의 잠재적 위험과 손실이 신재생 에너지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 개발에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빠른 신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미중 전략 경쟁 차원의 큰 그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을 때 시 주석이 탄소 중립 목표를 들고나온 것을 두고 중국이 기후변화 같은 세계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미국의 빈자리를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처음 나온 장기 경제 계획을 통해 실제 어떤 강도로 정책을 밀어붙일 것인지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은 탄소중립 이슈를 자국 리더십 강화에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집행 의지가 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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