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핵심 석유시설 피습…중동 지역 긴장 고조

입력 2021-03-0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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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핵심 석유시설 피습…중동 지역 긴장 고조
피습 항구 하루 최대 650만 배럴 수출…세계 원유 수요 7% 해당
지정학적 위험 부각돼 원유 가격 상승…"이란과 핵합의 앞둔 미국 복잡하게 할 것"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 시설이 예멘 후티 반군(자칭 안사룰라)의 공격을 받으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 동부주 라스타누라의 아람코 석유 시설이 후티 반군의 무인기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 마시라 TV는 이날 반군이 폭탄 탑재 드론 14대와 탄도미사일 8기로 사우디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공격을 받은 라스타누라 항구는 세계 최대 해상 석유 생산 및 수출 기지로 알려져 있다.
이 항구에서는 하루 최대 원유 650만 배럴을 선적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원유 수요의 약 7%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곳의 정제 시설은 아람코 소유 시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다고 불룸버그는 전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걸프 해역에서 날아온 무인기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며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시설이 있는 다란 지역에도 탄도미사일 파편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라스타누라 항구 남쪽에 위치한 다란에는 아람코 석유 시설에서 일하는 외국 근로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인근에는 미국 영사관도 있다.
에너지부 관계자는 "두 지역(라스타누라와 다란)에서의 공격으로 인한 인명 혹은 재산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공격을 받은 다음 날인 8일 라스타누라 항구에서의 원유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내 미국 정부 관계자는 군사적 대응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영공 및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되면서 이날 국제 유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사우디 최대 석유 운송 기지에 대한 예멘 반군의 공습이 계속되면 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 후티는 최근 예멘 북부의 정부군 거점인 북서부 마리브주 장악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사우디에 대한 공세도 강화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이 반군 후티에 대한 테러 조직 지정을 철회한 이후 반군의 사우디 공격 빈도가 늘어났다.
지난달 27일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에서 탄도미사일 1발과 무장 드론 6대가 요격됐다.
같은 달 10일에는 사우디 남서부에 있는 아브하 공항이 후티의 공격을 받아 활주로에 있던 민간 항공기에 불이 나기도 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예멘 내전은 2014년 말 촉발된 이후 6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사우디와 미국 등이 예멘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며 개입해 분쟁이 본격화했다.
이 사태로 현재까지 13만명 이상이 숨졌으며 30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RBC 캐피털 마케츠에서 세계 원자재 전략을 총괄하는 헬리마 크로프트는 "사우디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은 이란과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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