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안은 일단 거부…배당 확대·이사회 개선·신사업 등 제시
박철완 "내 제안과 비슷, 새로운 노력 없어"…표심잡기 경쟁 가열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금호석유화학이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에 나선 조카 박철완 상무에 대한 '반격 카드'를 9일 공개하면서 양측의 주주총회 표대결이 본격화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가장 쟁점이었던 박 상무의 고배당 제안은 주총 상정을 일단 거부하되, 배당을 대폭 늘리고 이사회 구성 변화, 신사업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뉴 비전' 중장기 전략을 내놨다.
박 회장과 박 상무가 각자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내놓을 제안이 이제 모두 공개된 것으로, 주주총회까지 표심을 잡기 위한 양측 경쟁이 더욱 가열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이사회 후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박 상무가 제안한 기존 배당의 7배 수준인 고배당 안건은 현재 법원의 가처분 심리가 진행 중이라, 주총 상정 여부는 법원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고배당 안건 외에는 주주 친화적인 정책들이 다수 채택됐다. 우선 배당은 박 상무의 제안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전년보다 180% 수준으로 대폭 늘린다.
보통주는 주당 4천200원, 우선주는 4천250원으로 총 배당금은 1천158억원이다. 특히 박 회장 등 최대 주주에 대한 차등 배당을 전년보다 33% 확대한다. 배당 성향은 향후 2∼3년 간 20∼25%로 유지하면서 상향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 신설 ▲ 계열사·특수관계인 거래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 위원회 신설 ▲ 이사 보수 결정 객관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 신설 등도 포함됐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은 박 상무 측이 기존 이사회 구성, 금호리조트 인수, 박찬구 회장 등 경영진의 과다 보수 등을 문제 삼으며 요구한 내용들이기도 하다.
또한 금호석유화학은 2차 전지, 바이오 등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2025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2배인 9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향후 5년 간 예상 투자액은 3∼4조원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법원의 판단이 남은 고배당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함께 주총에 상정했다.
박 상무는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내부위원회·보상위원회 설치는 각론은 다소 다르지만 공통적이다.
사내외 이사 선임도 사측 추천 인사와 박 상무 추천 인사가 모두 안건으로 올라갔다. 박 상무는 사내 이사에 본인을 추천했으며, 양측이 일제히 이사회 면면에 ESG·지속가능성 경영 강화,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다.
박 상무는 최근 개인 홈페이지를 열어 회사의 경영과 지배 구조 등을 비판하며 자신의 주주 제안을 알리는 '이슈 파이팅'에 주력해왔다.
박 상무는 이날 이사회 후 입장문을 내고 회사가 제시한 안건들이 자신의 주주제안과 거의 동일하다면서 "현 경영진이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저의 제안에 동의하고 반영하려 한 노력은 일부 인정하지만 그외 어떠한 새로운 개선의 노력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주장했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 등 부적절한 투자 의사 결정, 경영진 과거 배임 행위 등 경영권 남용으로 인한 주주가치 리스크, 과다한 자사주 보유 등 기업가치 저해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사회를 전격적으로 개선해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제시한 배당 확대에 대해서도 동종업계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회사의 주총 안건보다 자신의 주주제안이 설득력 있다고 호소했다.
이제 남은 것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선택이다. 표 대결 결과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평가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우호 표심을 끌어들여야 해서 오는 26일 주총까지 표심잡기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 지분 구조를 보면 박 상무의 지분율이 현재 10.0%로 개인 최대 주주고, 일부 우호 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찬구 회장(6.69%)과 박 회장의 자녀인 박준경 전무(7.17%)·박주형 상무(0.98%)를 합치면 박 회장 측이 14.86%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8.16%, 소액 주주가 50% 이상이다.
주총까지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은 각자가 내놓은 방안들을 바탕으로 서로 차별성을 내세우며 주주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가 이날 입장문에서 언급한 대로 재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과거 배임 등 위법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최근 취업제한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진행 중인 오너 사법 리스크도 변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