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차관 "美 국채금리 상승 지속하면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김연숙 김아람 기자 =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채권금리 상승이 지속하면서 9일 코스피는 장중 2% 넘게 급락했고, 채권 가격 약세는 단기물로 확산했다.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 코스피 나흘 연속 하락…장중 2%대 급락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9포인트(0.67%) 내린 2,976.12에 마감하며 나흘 연속 하락했다. 또 이틀 연속 3,000선을 밑돌았다.
종가 기준으로 첫 3,000선 돌파 전날인 지난 1월 6일(2,968.21)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전 장중 한때 2% 이상 하락해 2,929.36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중국 국영펀드가 주식 매수에 나섰다는 보도에 중화권 증시가 낙폭을 축소하자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금리 상승세는 시장에 계속 부담을 주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전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41% 하락한 여파로 코스피에서도 기술주와 성장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8.41포인트(0.93%) 내린 896.36으로 마감, 3개월여 만에 900선을 밑돌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금리 변동성에 민감한 모습"이라며 "펀더멘털 개선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는 상황이고 이에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변수가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채금리 상승세 지속…5년물 9.5bp 급등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고채 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6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034%에 장을 마쳤다. 전날 10년물 금리가 종가 기준으로 2년 만에 처음 2% 선 위로 올라선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기준금리 변화에 민감한 단기물도 전날에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7bp 오른 연 1.206%에 장을 마쳤다.
5년물은 9.5bp 급등한 연 1.592%, 1년물은 0.8bp 상승한 연 0.695%에 각각 마감했다.
장기물 위주로 나타났던 채권 금리 상승세가 5년물 이하 중·단기물 상승세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밤 미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한 게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1조9천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부양책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밤 장중 연 1.6% 선 위로 치솟았다.
◇ 금융시장 불안에 달러 강세 재개…원/달러 환율 5개월 만에 최고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7.1원 오른 달러당 1,140.3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19일(종가 1,142.0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날 7.1원 오른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 올랐다.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가운데 위안화 약세가 이어진 게 원화 가치 하락에 가세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을 주도하는 요인은 금리"라며 "미 경기가 좋을 거라는 기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위험자산에 대한 태도 등이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지지력과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위험 기피에 따른 자산 가격 조정이나 신흥국 외자 유출 등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당분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인플레이션 및 가파른 금리 상승세에 대한 우려가 병존하며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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