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억원 벌금 부과에 CGTN "배후에 반중 세력"
'비판적 외국 외교관 입막음 하는 것 아니냐' 지적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홍콩 인권문제로 시작된 중국과 영국의 갈등이 외교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10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전날 캐롤라인 윌슨 주중 영국대사가 소셜미디어(SNS)에 부적절한 글을 게시했다며 그를 초치해 항의했다.
윌슨 대사가 최근 중국 주재 영국대사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중국이 외국 언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자국의 언론 환경을 비판했다는 이유다.
중국 외교부는 윌슨 대사의 글이 오만과 이데올로기적 편견으로 가득하며 옳고 그름이 혼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교관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고 윌슨 대사의 글이 중국 국민 사이에서 분노를 일으켰다고도 비판했다.
외교계에서는 SNS 글을 이유로 대사를 초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자국에 대해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외교관들의 입까지 막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이처럼 영국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영국 정부가 중국 국영방송에 대한 면허 취소에 이어 수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전날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에 대해 벌금 22만5천 파운드(한화 약 3억5천만원)를 부과했다.
CGTN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했고, 일부 방송 과정에서 공정성과 사생활 보호를 위반했다고 오프콤은 평가했다.
이에 대해 CGTN 측은 "벌금 부과의 배후에는 중국 언론의 해외 진출과 객관적인 보도를 방해하려는 일부 외국 세력이 있다"며 "우리는 공익에서 출발해 사건의 본래 모습과 양측의 관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줬다"고 반박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CGTN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을 지키며 보도 활동을 했다"며 "영국이 정상적인 보도 활동을 하는 중국 매체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을 놓고 갈등을 벌여 온 중국과 영국은 지난달 각각 상대국 방송사를 제재하며 언론 갈등이 본격화됐다.
영국이 CGTN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다며 방송 면허를 취소하자 중국은 일주일 만에 BBC가 루머공장으로 전락했다며 BBC 월드뉴스의 자국 내 방영 금지로 맞불을 놨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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