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처분 신청 인용…양측 안건 모두 주총서 표대결로 승부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법원이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박철완 상무의 '고배당안'도 주주총회에 상정하라고 10일 결정하면서 이제 양측이 주주총회 표대결 경쟁이 시작됐다.
삼촌인 박찬구 회장 측과 조카인 박철완 상무 측이 내거는 회사·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 오는 26일까지 서로가 회사 경영에 적임이라는 공방이 가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박 상무가 최근 회사를 상대로 낸 주총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이날 내렸다. 그간 박 상무의 제안이 정관·상법 등에 위배된다는 양측의 다툼이 있었다.
법원은 박 상무의 제안에 일부 오류는 있다고 봤지만 "최초 제안을 일부 보완해 동일성이 있는 수정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받아들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배당금을 전년의 7배 수준인 보통주 1주당 1만1천원, 우선주 1만1천50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날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는 주당 4천200원, 우선주는 주당 4천250원(총 배당금 1천158억원)으로 전년보다 배당을 180% 수준 늘리는 배당안을 제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회장 등 최대 주주 차등 배당도 전년보다 33% 확대하고, 배당 성향을 향후 2∼3년 간 20∼25%로 유지하면서 상향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인 이사 선임도 박 회장 측과 박 상무가 추천한 안건이 동시에 주총에 올라갔다. 박 상무는 사내 이사에 본인을 추천했다.
▲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 신설 ▲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 등도 양측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방안들이다.
양측은 2차 전지, 바이오 등 신사업에 진출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성장 전략도 일제히 밝혔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우호 표심을 끌어들여야 해서 주주 표심잡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금호석유화학 지분 구조를 보면 박 상무가 지분율 10.0%로 개인 최대 주주이고, 일부 우호 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6.69%)과 박 회장의 자녀인 박준경 전무(7.17%)·박주형 상무(0.98%)를 합치면 박 회장 측이 14.86%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8.16%, 소액 주주가 50% 이상이다.
지분 차이가 크지 않고 주총 안건이나 회사 성장 계획도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 양측은 서로의 약점을 지적하며 각자의 차별성을 내세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 회장 측은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이후 회사 정상화를 이뤘고,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 등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박 상무가 회사에 기여한 점이 없으며 박 상무의 고배당안이 회사 이익보다는 개인 이익을 위해 주주들에게 포퓰리즘을 제시한다는 논리를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날 금호석유화학 노조가 성명을 내고 "박 상무가 그동안 회사를 위해 무엇을 노력했느냐"며 과다 배당 요구는 회사에 대한 이해·배려가 없는 단순 표심잡기 수단으로 사리사욕을 위한 분쟁으로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하며 박 회장을 지지했다.
반면 박 상무 측은 회사 저평가,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으며 회사 혁신을 위해 자신이 새로운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 박 회장이 과거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최근 법무부의 취업제한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인 점, 업계 타사 대비 높은 CEO 연봉과 배당금 등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상무는 전날 입장문에서도 "회사의 제안에 새로운 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고 배당 확대안도 동종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이사회를 전격적으로 개선해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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