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단백질의 ACE2 수용체 결합 도메인 등 변이
'결국 독감처럼 될 것' 관측도…UC 리버사이드, 저널 '네이처'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형 가운데 남아프리카 공화국발 변이는 특히 위협적이다.
남아공발과 브라질발 변이를 중화하려면 3.5배(변이 전 신종 코로나 대비) 내지 10배의 항체가 필요하다는 연구 논문(워싱턴의대/ 3월 5일 '네이처 메디신')도 나왔다.
이 남아공 변이(SA)는 미국과 남아공의 공동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여기에 참여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Riverside) 의대의 아담 고트치크 생의학 교수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남아공발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와 돌연변이 위치를 밝혀냈다.
남아공 변이의 돌연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N-말단 도메인과 수용체 결합 도메인에도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 변이가 현재의 백신으로 생성되는 항체에 저항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이 연구 결과는 9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고트치크 교수는 논문에서 "새로 등장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다음 싸움이 벌어질 변방(next new frontier)"이라면서 "그 가운데 남아공 변이와 브라질 변이가 특히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코로나 국면을, 효과적인 백신 접종과 변이 바이러스 전파 사이의 속도전에 비유했다.
효과적인 백신을 신속히 접종하지 않으면, 변이 코로나의 지배력이 점점 강해져 모든 백신을 무력화할 거라는 얘기다.
남아공 변이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해 말이다.
케이프타운대 등의 과학자들이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1월 25일까지 3개 주(州)에서 취합한 검사 샘플에서 처음 나왔다.
그런데 남아공 변이는 이미 11월 초에 2개 주의 지배적 변이형으로 퍼진 상태였다.
그 후 남아공 변이는 급속히 전 세계에 퍼져 지금까지 미국 등 40개국에서 발견됐다.
고트치크 교수팀은 남아공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생긴 돌연변이가 스파이크의 구조와 기능 면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분석했다.
남아공 출신으로 2년 전 고트치크 교수팀에 합류한 아르하반 알리솔타니-데코르디 박사후연구원은 "변이 코로나는 각각 특정한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라면서 "(남아공 변이의) 일부 돌연변이는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높이고 면역 반응은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남아공을 비롯해 영국, 브라질,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발견된 변이 코로나에는 공통의 돌연변이 특징이 있다.
그런데 변이 유형별로 특유한 돌연변이도 나타난다.
예컨대 남아공 변이와 브라질 변이의 경우 각각 스파이크 단백질의 K417N과 E484K에서 두 개의 특이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하지만 남아공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유전체에 생긴 돌연변이가 전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남아공 변이의 감염증 진행이 얼마나 빨라지고, 치명률은 어느 정도 높아질지 아직 미지수라는 얘기다.
다만, 남아공발 변이 등의 전파력이 야생형(wild type) 바이러스보다 강한 건 확실한 만큼 체계적인 감시와 조기 확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고트치크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아 바이러스가 퍼졌는지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지역에서 남아공발 변이가 은밀히 확산 중일 수도 있다"라면서 "미국도 유전자 분석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는 탓에, 리버사이드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변이 코로나에 관한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론 신종 코로나가 기존의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처럼 우리 삶의 상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진화를 예측하고, 그 결과에 맞춰 백신을 미리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6개월이다.
그나마 예측이 맞으면 백신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틀리면 예년보다 혹독한 독감 시즌을 감수해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고트치크 교수는 "길게 보면 신종 코로나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행동할 거 같다"라면서 "다음 해의 바이러스 진화를 예측하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테고, 사람들은 예측 결과에 의존해 새로 만든 백신을 계속 접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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