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대 이슬람학 강사, 테헤란 공항서 체포돼 간첩혐의로 투옥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이란에서 2년간 수감됐던 호주 여성이 당시 이란 당국이 간첩으로 활동하라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카일리 무어-길버트는 호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석방을 조건으로 이런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대 이슬람학 강사였던 무어-길버트는 2018년 9월 테헤란 공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였다.
무어-길버트는 2019년에 간첩 혐의로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혔다가 지난해 11월 해외에서 붙잡혀 있던 이란인 3명과 맞교환되는 방식으로 2년 만에 석방됐다.
무어-길버트는 "간첩 혐의는 말도 안 된다"면서 "내가 어떤 국가의 간첩이라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혁명수비대도 내가 어떤 국가를 위해 간첩 활동을 했는지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이 호주 간첩에 대해 특별히 관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나의 학문적 배경이 중동과 유럽 국가들을 여행 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기 쉬운 점에 관심을 뒀다"고 주장했다.
이어 "2㎡ 크기의 화장실도 없는 독방에 감금돼 있었다"면서 "심리적인 고문이었다"고 말했다.
무어-길버트는 "감금 초기에 여러 차례 심적으로 무너져 내렸다"라고도 털어놨다.
그는 미디어가 자신의 감금 초기에 상황을 알았지만, 호주 정부의 보도 유예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 정부가 물밑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다며 호주 정부의 노력에 감사해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의 '조용한 외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도 나타냈다.
체포된 지 1년이 지난 2019년에야 언론에 감금 사실이 보도된 뒤 감옥에서 처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무어-길버트는 "(보도 이후) 내 건강과 상황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이점이 있었다"면서 "조용한 외교가 그러한 상황을 이끌었는지 확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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