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 체포 후 곤봉·체인 등으로 폭행…고등학생도 포함
"다시 체포되면 시신으로 가족에게 돌아갈 것" 시위 불참 서약서 제출받아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혁대와 체인, 소총 개머리판, 곤봉으로 마구 때리면서 너희들은 지옥방에 왔다고 했습니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금됐던 시민들로부터 진압병력이 가한 인권 유린과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10일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시위 참가자인 한 남성이 제보한 내용과 목, 어깨 등의 부상 사진을 토대로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 남성은 지난 9일 남부 타닌따리의 메익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참가자 60여명과 함께 진압 병력을 피해 인근의 한 주택으로 피신했다.
곧이어 피신처에 들이닥친 진압병력은 이들을 트럭에 태워 인근 공군기지로 이송한 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 구금했다.
이들은 구금실로 들어갈 때까지 혁대와 체인, 곤봉, 대나무 가지 등으로 마구 맞았다.
한 군인은 이 과정에서 "너희들은 지옥방으로 들어간다. 한번 제대로 체험해보라"고 말하며 공포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군인들은 구금실에서 이 남성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지시했고, 옆에 있던 5명은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 등과 머리, 목, 옆구리를 마구 구타당했다.
다행히 이 남성을 비롯한 다른 시위 참가자들은 구금 후 3시간만에 풀려났으나 나머지 시민들은 결국 감옥으로 끌려갔다.
이날 구금돼 폭행을 당한 시위 참가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0세라고 밝힌 한 남성은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에 "구금실에 있던 고등학생을 포함해 모든 이들이 소총 개머리판과 체인으로 마구 맞았다"고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에 전했다.
또 군인들은 폭행 과정에서 시위 구호와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하면서 "너희들은 우리를 '군부의 개'라고 모욕했다"며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남성은 다시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풀려났다.
군인들은 서약서를 제출받으면서 "다시 체포되면 가족들은 너희의 시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그는 전했다.
23살의 한 여대생은 체포 과정에서 뒷목에 고무탄 2발을 맞았다.
그는 "군인들이 피신처인 주택의 문을 부수고 들어온 뒤 고무탄을 쐈다"며 "나중에 뒷목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고무탄에 맞은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작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압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60명이 숨졌고 1천90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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