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中의 호주산 석탄 수입 사실상 금지에 수출 확대 모색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호주와 정치적 갈등을 빚는 중국이 호주산 석탄에 대한 사실상의 수입 금지 조처를 하자 러시아가 틈새를 파고들려 하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 국가인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을 늘려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호주와의 갈등 여파로 석탄 수입 다변화를 꾀함에 따라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을 증대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호주와 갈등을 빚는 중국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내 발전소와 제철소들에 대한 '구두 통보' 방식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다.
중국은 이후 러시아와 몽골, 인도네시아 등으로 석탄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년 대비 1.9% 증가한 총 3억400만t의 석탄을 수입했다.
영국의 시장조사 기업인 TS 롬바르드의 마디나 후르스타레바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러시아는 중국에 석탄 수출을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대중국 석탄 수출을 위한 충분한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다만 수출을 위한 교통 문제가 장애물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금융회사인 나티시스(Natixis)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는 확실히 호주를 대신할 중국의 석탄 수입 대체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중국 경제가 회복되자 석탄은 물론 석유와 천연가스의 대중국 수출을 늘리기를 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남부 시베리아의 쿠즈바스 탄광을 방문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석탄 수출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러시아는 대중국 석탄 수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바이칼∼아무르 철도망과 트랜스 시베리아 철도망을 현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65∼75%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을 늘릴 경우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심화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러시아의 전체 에너지 수출 가운데 대중국 수출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15%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0% 수준으로 늘어났다.
러시아의 대중국 무역은 지난해 58억4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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