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인사 출마 막는 홍콩 선거제 개편 '양회 핫이슈'(종합)

입력 2021-03-11 18:34   수정 2021-03-11 21:42

반중 인사 출마 막는 홍콩 선거제 개편 '양회 핫이슈'(종합)
중국에 반대 목소리 내는 세력들 뿌리 뽑는 조치될 듯
경제성장률 목표 다시 제시…14·5 계획 등 비전 내놔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1일 오후 반중국 인사의 출마를 막기 위한 홍콩 선거제 개편안 통과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예년보다 2개월여 늦은 5월말에 양회가 개최됐었는데 올해는 '3월 양회'의 전통을 되찾았다.
다만 양회 일정은 8일로 2주 정도였던 과거보다 단축됐으며 방역을 위해 주요 기자회견은 대면이 아닌 화상 연결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 양회는 5천명의 참석자 전원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가운데 진행됐다.
지난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업무보고에서 성장률 '6% 이상'의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성장률 목표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었다.
중국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V자' 반등에 성공하며 주요 경제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다만 세계 주요 경제기관이 올해 중국이 기저효과에 힘입어 8% 안팎의 경제 성장을 전망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계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에 관한 초안도 공개했다.
이 초안에는 희토류를 비롯한 신소재, 로봇 등 8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은 선진 제조업에 초점을 맞춰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달성하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양회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홍콩 문제였다.
전인대는 지난해 전체회의에서 홍콩인들의 반발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밀어붙였었다.
전인대는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홍콩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인대 대표 2천896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기권 1명이 있었을 뿐 반대표 1표 없이 나머지 2천895명이 모두 찬성이었다.
반대표가 10여표씩 나오기도 한 다른 안건과 비교했을 때 홍콩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의 절박감이 드러나는 결과였다. 이날 결의안이 통과됐을 때 대표들은 일제히 큰 박수로 지지를 표시했다.
홍콩 선거제 개편안은 위원회를 설치해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고 행정장관 선거인단에서 시민이 선출하는 몫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홍콩보안법 입법 과정에 비춰보면 선거제도 관련 결의안 초안 통과 후 세부사항은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는 지난해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안보 수호 법률 제도와 집행 기구 설립에 관한 결정'을 가결했으며, 상무위원회에서 홍콩보안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만들어 한달만에 속전속결로 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국은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전인대가 직접 법을 제정하고 이를 홍콩의 기본법에 삽입하는 강수를 택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얼마 전부터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은 "일부 외국 세력이 홍콩 선거제의 허점을 이용해 홍콩 문제에 개입해왔다"면서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그러한 허점을 메워야 한다"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이날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날 통과된 결의안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완비하고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시종 견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경제를 회복시키며 장기적인 번영과 안정을 지키기를 바란다면서 "중앙정부는 전력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선거제 개편은 보안법 시행에 이어 중국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세력의 뿌리를 뽑는 결정적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선거제 개편으로 반중국, 반홍콩 인사들이 궤멸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의 민주 진영은 정계 진출이 사실상 막힐 가능성이 크다.
홍콩에서는 선거 후보자의 자격을 사전에 심사하면 선거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선거제 개편안 통과 이후 중국과 미국 등 서방간의 충돌은 더욱 격해질 수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주 중국의 홍콩 선거제 개편 추진에 대해 "홍콩 자치권과 자유, 민주적 절차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중국을 거세게 압박했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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