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모랄레스에 퇴진 권고했던 군·경찰 옛 수장에도 영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해 대선을 통해 1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볼리비아 좌파 정부가 우파 임시 대통령 등에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자니네 아녜스 전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정치적 탄압이 시작됐다"며 자신을 포함한 임시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담긴 체포영장을 공개했다.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은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2019년 11월 대선 부정 의혹 속에 물러난 후 1년간 과도정부를 이끌었다.
볼리비아 검찰은 모랄레스 퇴진 당시 상황과 관련해 아녜스 전 대통령과 전 임시 정부 각료들에 테러와 선동 등의 혐의를 제기했다. 당시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게 퇴진을 촉구했던 군과 경찰의 전 수장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남미 볼리비아에선 2019년 10월 대선 이후 극심한 정치 혼란이 펼쳐졌다.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한 좌파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당시 4선 연임에 도전해 1차 투표 승리를 선언했지만, 석연찮은 개표과정 탓에 부정 시비가 일어났다.
볼리비아 전역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거세지고 미주기구(OAS)까지 나서 부정이 있었음을 시사하자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 쫓기듯 물러났다. 군 수장의 퇴진 '권고'가 결정타가 됐다.
이후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당 사회주의운동(MAS), 지지자들은 모랄레스가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임시 대통령을 맡은 아녜스는 망명 중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게 테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좌파 정권에서의 정책을 180도 뒤집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년 만에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MAS 후보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상황은 곧바로 역전됐다.
법원은 모랄레스에게 발부됐던 체포영장을 취소했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1년 만에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환했다.
수사당국은 '쿠데타' 수사에도 착수했다. 2019년 대선 이후 시민사회 지도자로서 불복 시위를 주도했던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도 수사 대상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MAS가 장악한 볼리비아 국회는 임시 정부 시절 반정부 시위 등으로 처벌받은 이들에 대한 사면을 의결하기도 했다.
이날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은 트위터에 "MAS는 독재로 회귀하기로 했다"고 비판하며 모랄레스 퇴진은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 부정에 따른 합헌적인 정권 승계였다"고 주장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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