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충성심만으로는 생존 어려워"…새 친중그룹 등장할 듯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이 추진 중인 홍콩 선거제 개편과 관련, 야권인 범민주진영의 입법회(의회) 입성이 막히는 것은 물론 경쟁력이 부족한 기존 친중 세력의 입지도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3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홍콩 선거제 개편이 친중 세력에 유리하겠지만, 이들이 중국에 충성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정치지형에서 살아남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홍콩에서는 반중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11월 구의회 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압승했고, 야권이 향후 입법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 차지를 목표로 내걸자 중국 중앙정부가 선거제 개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리샤오빙(李曉兵) 난카이대 법학원 교수는 "친중 세력이 너무 과도하게 중앙정부에 의존해왔다"고 비판하면서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친중 세력에 애국적 구호만 외치는 경쟁력 없는 인사가 일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유능한 인사가 정치적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는 메커니즘을 중앙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톈페이룽(田飛龍) 중국 베이항대 교수는 "중앙정부는 홍콩이 '충성스러운 쓰레기'가 아닌 '유능한 애국자'들에 의해 통치되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중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의 창립멤버인 재스퍼 창(曾鈺成) 전 입법회 의장(국회의장격)은 친중 세력이 근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홍콩에 정치적 인재가 부족한 게 아니며, 인재가 야권으로만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 선거제가 개편되면 선거인단의 권한이 커지고 공직선거 출마 자격 심사위원회가 신설된다.
앞으로는 선거인단이 모든 입법회 의원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해 후보자를 지명하며, 선거인단 중에서 입법회 의원이 일부 나오게 된다.
또 선거인단 수는 300명이 증가해 1천500명이 되며, 늘어나는 선거인단은 홍콩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및 '홍콩과 관련된 국가단체 회원' 등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레이 옙 홍콩도시대학 교수는 "선거인단을 통해 입법회 의원이 배출되고, 새로운 친중 그룹에 의해 (기존) 친중 정당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중국 본토 출신 사업가 3명이 만든 친중 정당 '보히니아 당'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문대 소속 정치학자 이반 초이도 "강력한 선거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장기적으로 (기존) 친중 정당의 협상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면서 "친중 엘리트들이 만드는 새로운 친중 그룹이 뜰 것"이라고 봤다.
이밖에 이번 선거제 개편으로 지역구 의석이 줄어들면 이를 차지하기 위한 친중 세력 내부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 전망이라고 SCM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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