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백신 저개발국에 나눠라"…미국에 압력 가중

입력 2021-03-1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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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백신 저개발국에 나눠라"…미국에 압력 가중
미, 모든 성인에 접종할 분량 이상 확보…WHO 사무총장 "자국 우선은 자멸적"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미국을 상대로 잉여분을 다른 국가들에 지원하라는 국제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은 모든 성인에게 2회분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J&J) 백신을 구매 계약한 상황이다.
미국 행정부는 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1억회분 이상 구매 계약해 잉여 백신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아직 사용 승인도 내리지 않았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대변인은 정부를 상대로 자사 백신을 다른 국가에 제공하도록 "사려 깊은 배려"를 요청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자국 우선 정책이 단기적으로 정치적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무역과 여행의 어려움으로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어서 자멸적"이라고 가디언에 썼다.
특히 그는 코로나19의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져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지원 입장을 밝히면서 백신을 넉넉히 확보한 미국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45개국에 5억회분의 자국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공을 들여온 아프리카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필리핀에도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부국과 빈국 간에 백신 공급의 격차는 상당한 실정이다.
세계은행의 최근 분석 결과, 고소득 국가의 82%는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저소득 국가는 3%에 불과하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022년 말까지 선진국들의 백신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저소득 국가 84개국에 대해선 2024년에야 백신 접종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J&J 백신의 1억 회분 구매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추가 백신을 확보한 데 대해 "이런 전시에는 최대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에게 여분이 생기면 전 세계와 나누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에 백신을 배포하는 유엔프로그램인 코백스에 이미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사실도 강조했다.
지난 12일 열린 미국, 일본, 인도, 호주 간의 쿼드(Quad) 정상회담에서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 등을 상대로 백신을 공급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도 제약회사에 자금을 지원해 내년 말까지 백신 생산을 10억 회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멕시코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에서 백신 지원 요청을 받고 "우리 국민이 우선"이라며 거절한 바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면서도 "우선순위는 미국인의 백신 접종이 보장된 뒤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5월 말까지 모든 성인이 접종할 충분한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략이 백신 제조에 차질이 생길 상황에 대비하고 16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접종할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WHO는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관련한 지식재산권 규정의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화상 브리핑에서 백신 공급량이 여전히 부족하고 생산량 확대가 시급하다면서 백신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규정의 면제를 재차 촉구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1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에 대해 논의를 벌였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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