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39명 사망 쿠데타 이후 최악 유혈참사…방화사태로 유혈진압 더 커질 듯
수치측 "연방 민주주의 위해 힘 모아야"…소수민족 무장반군 협력 모색하나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대혼돈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 참사에 양곤 일부 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흘 전 무분별한 폭력사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고, 이틀 전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쿼드(Quad) 정상들이 첫 정상회의에서 "민주주의 회복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고 공동성명에서 언급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규모 방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더 큰 폭력 진압의 빌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측이 소수 민족 무장반군과의 연대를 시사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전날 군경이 또다시 쿠데타 규탄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최소 39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 숫자다.
군정은 이후 최대 도시 양곤 내 흘라잉타야와 쉐삐따 등 인구 밀집지역 2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국영 언론이 전했다.
양곤 일부 지역에 내려지긴 했지만, 계엄령은 군부에 모든 권한을 주는 것인 만큼, 이를 계기로 군부의 폭력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대규모 방화 사태가 처음 발생한 것도 사태 악화 요소다.
전날 주미얀마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산업단지가 있는 양곤의 흘라잉타야에서 중국인들이 소유한 다수의 공장이 방화 및 약탈 피해를 보았고, 많은 중국인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누구 소행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교민 단체방에서는 흉기를 든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수십 명씩 몰려다니며 방화와 중국상점 기물 파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누구 소행인지와 무관하게 방화 사태를 빌미로 군경이 폭력을 더 강력히 사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경찰이 중국 업체와 중국인들의 안전을 보장할 조처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현지 SNS에서는 군정이 인터넷을 아예 끊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군정은 현재는 오전 1시부터 9시까지만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군부 폭력성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유일한 창'이나 마찬가지였던 인터넷이 전면 차단될 경우, 상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수치 고문이 이끌었던 문민정부 측은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의해 임명된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13일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CRPH는 수치 문민정부의 집권당이었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 구성했다.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페이스북 연설에서 "지금은 이 나라에 있어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독재의 다양한 억압을 겪어 온 모든 민족 형제가 진정 바라는 연방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이번 혁명은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CRPH는 국민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연설에서 '연방 민주주의' 가 주목된다. AFP 통신은 이와 관련, 소수 민족이 미얀마 통치 행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CRPH가 연방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미얀마의 여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만 위 카잉 딴 부통령도 소수 카렌족 출신이라고 이라와디는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못 하는 가운데, 문민정부측이 군정의 총구에 맞서기 위해 무장 반군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수 있다.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과 소수 민족 무장반군의 갈등 가능성은 점쳐진 바 있다.
과거 정부와 휴전협정(NCA)을 체결했던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지난달 20일 군부측과의 협상 보류와 쿠데타 불복종 운동 지지를 선언하면서 불복종 운동을 지원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에는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에서 소수민족 카친족의 반군 카친독립군(KIA)이 한 군부대를 습격했다.
그러자 미얀마군은 다음날 전투기까지 동원해 반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부 다웨이 지역에 근거지를 둔 카렌족 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 소속 반군은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쿠데타 규탄 시위대의 행진을 호위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말뿐인 압박' 속에서 군정이 유혈 진압의 강도를 계속해서 높이는 가운데, 소수민족 무장 반군이 미얀마 반(反)쿠데타 저항을 지지하며 군정의 대척점에 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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