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한 유기견보호처가 이슬람 신자들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는 등 시위 대상이 되자 이슬람 최고위 지도층이 "개도 알라(신)의 창조물"이라며 감싸고 나섰다.
15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자카르타 외곽 보고르의 한 농장에서 수하에스티 수트리스노(41)라는 여성이 70마리의 개를 돌보고 있다.
그는 2017년부터 떠돌이 개들을 농장으로 데려와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고, 식량을 제공하는 등 비닐하우스를 지어 그 안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농장은 주택가와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개짓는 소리에 불만을 나타내다가 최근에는 "유기견보호처가 (이슬람) 종교적 규범에도 안 맞는 것 같다"며 퇴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하에스티는 "내가 보호 중인 개 가운데 47마리는 같은 마을에서 데려온 유기견들"이라며 "퇴거 요청을 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앞장서는 것 같다.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신념을 밝혔다.
주민들과 갈등이 악화하자 지방 정부는 공청회를 열고 개를 일부 풀어주거나 유기견보호처를 옮기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체 인구의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개는 고양이와 비교해 홀대받는다.
이슬람교는 개를 부정하고 불결한 동물로 여긴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당국의 수색을 피해 동굴에 숨어 있을 때 개 한 마리가 짖어 붙잡힐 위기에 처했었다는 이유로 부정하게 여겨진다.
또 바닥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다고 해서 불결한 동물로 간주한다.
2019년 6월 보고르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는 여성이 이슬람사원(모스크)에 개를 데리고 들어갔다가 신성모독죄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수하에스티의 유기견보호처가 논란이 되자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의 파트와(Fatwa·이슬람법해석) 위원회 의장 하사우딘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날 "이슬람 가르침은 떠돌이 개를 돌보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장은 "개도 알라의 창조물"이라며 "개를 돌보는 것은 알라의 창조물에 선행을 베푸는 것이다. 이를 금지하는 이슬람 가르침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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