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만 넘으면 언젠간 시민권' 기대에 국경 넘는 미성년자 늘어
인도적으로 처우하되 '이민폭증' 부르지 않고자 고심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이민정책이 미성년 밀입국자 급증에 시험대에 올랐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을 가혹하다고 비난하고 이를 뒤집기로 한만큼 밀입국자를 인도적으로 처우하는 동시에 '따듯한 이민정책'으로 밀입국이 늘어나지는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세관국경보호국(CBP) 시설에 구금된 미성년 밀입국자는 4천200여명이다.
CBP 시설에 구금된 미성년 밀입국자가 지난달 22일 800명에서 약 3주 만에 5배로 뛴 셈이다.
텍사스주(州) 리오그랜드벨리 한 시설엔 수용 가능 인원의 363%에 달하는 2천500여명의 미성년 밀입국자가 구금돼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미성년 밀입국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자연재해로 중남미가 경제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 미국 이민정책 기조가 전환되면서 급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이민정책을 뒤집는 이민개혁법을 추진하는데 여기엔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DACA·다카) 대상자에게 즉시 영주권을 부여하고 3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기회를 주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땅에 발만 들이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미성년 밀입국자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행정부보다 '인간적인' 이민정책을 공언한 바이든 행정부로선 국경을 넘어온 미성년 밀입국자를 인도적으로 처우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현행법상 미성년 밀입국자는 72시간까지만 구금할 수 있는데 현재는 구금시설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117시간에 달한다.
구금시설 미성년 밀입국자는 원래 보건복지부 산하 시설로 이송돼 보증인을 찾을 때까지 머무는데 이들 시설의 수용인원이 한계치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CBP 구금시설은 성인 기준으로 설계돼 미성년자가 머물기에는 열악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미성년 밀입국자 처우개선에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동원하기로 했다. FEMA는 허리케인 등 재난이 발생한 지역을 돕는 연방정부기관인데 밀입국자 문제에 이례적으로 동원됐다.
AP통신과 WP에 따르면 FEMA는 텍사스주 댈러스 한 대형 컨벤션센터를 미성년 밀입국자 수용시설로 사용할 방침이다. 해당 컨벤션센터는 앞으로 90일간 사용 가능하며 미성년 밀입국자 약 2천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공화당은 미성년 밀입국자 급증 문제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리며 공격 기회로 삼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텍사스주 엘패소 국경마을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 이민정책에 이민자가 폭증했다면서 현 상황이 "위기를 넘어 인간적으로 비통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새 행정부의 대통령 정책들이 초래했으며 발생할 필요가 없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1조9천억달러 규모 경기부양법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점을 두고 민주당이 공세를 펼치려는 상황이라 공화당이 국경문제에 집중하며 흐름을 바꾸려고 한다고 더힐은 분석했다.
백악관은 미성년 밀입국자를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중남미로부터 이민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 중남미에 지금은 미국에 오기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사람들이 부모와 떨어져 미국에 들어온 아동이 인도적으로 대우받는다고 확신하길 원한다"라면서 "복잡한 문제임이 틀림없지만 둘 다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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