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채 규모 방대하고 시스템적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한때 해외 자산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다가 막대한 빚을 쌓은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이 파산을 통한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
16일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하이난성 고급법원은 전날 공고를 통해 HNA그룹의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이난성 고급법원은 HNA그룹을 법정 관리인으로 지정했으며 첫 채권자 집회는 오는 6월 4일 열린다.
법원은 "HNA그룹 등 321개 관련 회사가 짊어진 부채 규모가 방대하고 시스템적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에 커다란 압력을 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HNA그룹은 지난 1월 일부 채권자들이 법원에 자사의 파산 및 구조조정을 신청했다고 공개했다.
중국의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 그룹은 해외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급속히 종합 기업으로 사세를 키웠다.
이 회사는 절정기인 2015∼2017년 인수·합병(M&A)을 통해 힐튼호텔 지분, 도이체방크 지분, 홍콩 부동산 등을 대거 사들이는 데 400억달러(약 45조원)를 쏟아부었다.
또 호주의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의 애글 아쥐르, 포르투갈의 TAP 항공 등 해외 여러 저가 항공사 지분도 보유했다.
HNA그룹은 주로 중국의 대형 은행에서 끌어낸 차입금을 활용해 이처럼 급속히 몸집을 불렸다.
이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중국 권력층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6년 대규모 자본 유출 사태를 겪은 중국이 2017년부터 과도한 차입금에 의존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던 안방(安邦)보험, 완다그룹, HNA그룹 등 중국의 대형 민영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HNA그룹은 자금난을 겪으며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HNA그룹의 공격적 팽창 경영을 주도한 인물인 왕젠(王健) 전 회장은 2018년 7월 프랑스의 유명 관광지에서 의문의 추락 사고로 숨졌다.
이 회사의 부채는 2019년 6월 말을 기준으로 7천67억위안(약 120조원)에 이른다. 최대 채권자는 국가개발은행이다.
HNA그룹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 사업이 타격을 입어 재무 상황이 한층 어려워졌다. 이에 결국 하이난성 정부가 나서 민영 기업인 HNA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이끌고 있다.
차이신은 "하이난성 실무그룹의 계획대로라면 HNA그룹은 직접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지주회사로 바뀌고 각 사업 계열사들은 전략 투자자들을 유치해 재무 상황을 개선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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