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소로스 재단 계좌 압수…저항 세력 자금줄 옥죄기

입력 2021-03-17 11:33   수정 2021-03-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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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소로스 재단 계좌 압수…저항 세력 자금줄 옥죄기
현지 은행 4곳 대상…직원 1명 구금·11명 수배
열린사회재단 "군부 주장은 허위" 반박·시민불복종운동 사실상 지지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얀마 군부가 헝가리계 미국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OSF)의 시민불복종운동 지원 여부를 조사하는 동시에 현지 은행에 예치된 자금을 압수하는 등 쿠데타 저항 세력 옥죄기에 들어갔다.
17일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군부는 미얀마 열린사회재단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500만 달러(56억 원)를 중소기업개발은행(SMED)에 예치한 뒤 140만 달러(15억8천만 원)를 현지 화폐인 짯으로 환전해 인출한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SMED를 비롯한 4개 은행에 예치된 재단 자금을 압수했다고 관영매체인 MRTV가 보도했다.
군부는 재단 관계자 한 명을 붙잡아 자금이 시민불복종운동 지원에 쓰였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재단 책임자 등 다른 관계자 1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집권한 이후 현지 시민단체와 해외 기구·개인 간의 자금 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미얀마 중앙은행(CBM)은 지난 12일 비정부기구(NGO)들을 대상으로 2016년 4월 이후부터 해외 단체와의 거래 내역을 신고하라고 공지했다. NLD는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았다.
군부는 또 소로스와 수치 국가고문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에 4차례 만난 뒤 열린사회재단이 미얀마에서도 출범했다고 밝히면서 재단과 수치 고문 측이 긴밀히 연계돼있다고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또 소로스의 아들인 알렉산더도 수치 국가고문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6차례 만났다고 덧붙였다.
현지 관영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도 수치 국가고문과 소로스가 2016년 뉴욕에서 만난 사진과 수치 고문이 알렉산더를 미얀마에서 만난 사진을 실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열린사회재단 측은 군부가 주장하는 혐의는 모두 허위라고 비난하면서 구금된 관계자를 즉각 석방하고 다른 관계자 체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재단 측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미얀마 열린사회재단이 당국의 허가 없이 외화를 환전해 인출한 뒤 이를 불법적인 용도로 썼다는 주장은 허위"라면서 "자금은 재단 설립 취지에 맞게 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부의 주장에 대해 "미얀마에서 평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원하는 시민들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우리 재단은 정의, 민주적 통치, 인권을 위해 일하는 독립적인 단체들을 지원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펀드"라면서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와 단체를 지원한다"며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사실상 지지했다.
열린사회재단은 사법 정의, 교육, 공중보건, 언론독립을 증진한다는 목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시민사회단체들에 무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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