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배우자 있는 사람의 동성 간 바람도 부정행위"

입력 2021-03-17 13:15  

日법원 "배우자 있는 사람의 동성 간 바람도 부정행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남성 배우자를 둔 여성이 다른 여성과 바람피운 것도 부정(不貞)행위에 해당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지법)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부인과 성적 행위를 한 여성 A 씨를 상대로 남편 B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A씨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일본에서는 혼인 관계인 남녀 중 한쪽이 동성(同性)과 불륜을 저질러도 법률상으로는 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다수의견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혼외로 이뤄지는 동성 간의 성적 관계를 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는 부정으로 본 이번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원고이자 남편인 B씨는 2019년 자신의 아내와 성적 관계를 맺은 A씨를 상대로 위자료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일으켰다.
재판부는 B씨의 아내와 성적으로 관계한 A씨의 행위에 대해 "혼인 생활의 평화를 해칠 수 있는 성적 행위"라며 동성 간의 행위도 부부를 이혼 위기로 내몰거나 부부생활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사태를 생각할 수 있는 점을 부정이라고 판단한 이유로 들었다.



남편은 아내가 동성애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A 씨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성행위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며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피고 측에 주문했다.
남편은 이 판결에 대해 액수가 공개되지 않은 배상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항소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동성인지, 이성인지 따지지 않고 당사자들의 관계성을 실질적으로 고려한 판결"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공동생활이 존재하는 현 사회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 삿포로(札幌)지방재판소는 17일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삿포로지법은 동성 커플 3쌍이 동성 혼인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아 국가를 상대로 총 600만 엔(6천223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1심 판결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하면서 동성 결혼의 부인은 법 아래의 평등을 정한 헌법 14조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일본 헌법 24조는 혼인은 '양성(兩性)의 합의에만 기초해 성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결혼 관련 민법 규정은 양성이라는 뜻을 내포하는 '부부'(夫婦)라는 단어를 쓰고, 일본 정부는 결혼 당사자가 '남녀'라는 전제로 법 해석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성 커플 2쌍, 여성 커플 1쌍인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2019년 1월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전국의 지방법원 5곳에 제기된 같은 소송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나무라 마사유키 와세다대 교수(가족법)는 "동성 커플에 파트너 증명을 발급하는 지자체가 늘고, 기업 차원에서도 혜택을 인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를 향한 사회 전체 인식이 바뀌는 상황에서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반영한 타당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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