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모두발언이 1시간 비방전으로…미중 기선제압용 돌직구 설전(종합2보)
블링컨·설리번 vs 양제츠·왕이…취재진 잡아두고 체제우열 공방
"중국이 규칙기반 질서 위협해 승자독식 세계 만든다"
"세계가 미국가치 불신…내부문제 많은 주제에 내정간섭"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은 서로 상대의 정치체계를 직설적으로 비방하는 험악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서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첨예한 갈등 때문에 의제가 순조롭게 합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취재진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부터 한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이 약육강식 정글로 변할 것이라고 뼈부터 때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내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들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거친 비아냥을 쏟아냈다.
이날 취재진 앞 모두발언은 2분씩으로 약속돼 있었으나 상대 발언에 격분한 양측의 신경전 때문에 1시간 넘게 지속됐다.
보통 언론에 수분 동안만 공개되고 끝나는 모두발언이 무려 1시간 이상이나, 그것도 언론 카메라를 앞에 둔 채 양측의 날선 공방이 고스란히 중계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노골적인 비방전의 연속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규칙에 기초한 질서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의 행동이 글로벌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가 없는 세계는 힘이 정의가 되고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이자 훨씬 더 난폭하고 불안정한 세계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신장 지역을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며 홍콩, 대만,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을 향한 경제적 강압이 대화에 오를 것이라고 압박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의 반격은 거셌다.
양 정치국원은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 인권, 홍콩의 자치권, 대만의 민주주의 등에 대한 미국의 문제제기를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논의가 불가능한 사안으로 일축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력, 금융의 우위를 외국압박에 악용한다며 국제통상의 미래를 위협하려고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내부 불만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했다.
양 정치국원은 "세계 국가들 중 압도적 다수가 미국이 옹호하는 보편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런 국가들은 국제질서의 기반이 되는 소수가 만든 규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인권이 최저 수준이다",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한다"는 말과 함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등 미국 내 차별반대 캠페인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자기 이미지를 쇄신하고 세계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것을 그만두는 게 중요하다"며 "실제로 미국 내에 있는 많은 사람도 미국의 민주주의에 신뢰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이 블링컨 장관의 모두발언에 대응해 쏟아낸 '반격연설'은 중국어로 무려 15분이나 이어졌고 미국 대표단은 통역을 기다리며 듣고 있어야 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 측이 약속된 2분을 넘어 모두발언을 한 것을 규정 위반으로 지적하면서 미국 측의 추가발언을 들어달라며 퇴장하려는 취재진 10여명을 붙잡았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문제가 있으면 공개적으로 직면해온 역사적 전통이 있다며 "문제를 무시하거나 문제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0여년 전 회동을 언급하며 "바이든이 당시 '미국이 잘 안될 것이라는 베팅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지금도 여전히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발언 후 취재진을 퇴장시키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양 정치국원이 취재진에 직접 영어로 '기다리라'(Wait)고 말하며 제동을 걸었다.
중국 측은 재차 반격에 나서 최근 미국이 발표한 중국 통신회사들에 대한 추가제재 등을 맹비난했다. 왕이 부장은 중국 대표단이 미국의 초청으로 미국에 왔다면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는 것은 손님을 환영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나중에 미국 측은 중국이 회담을 지켜보는 자국민들에게 강한 면모를 인식시키려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 대표단이 각각 2분씩 주어진 프로토콜을 어겼다"면서 중국이 기선제압식 연출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NYT는 취재진이 회담장을 나간 뒤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실질적인 내용이 있는 협상이 계획된 시간보다 오래 진행됐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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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설리번 vs 양제츠·왕이…취재진 잡아두고 체제우열 공방
"중국이 규칙기반 질서 위협해 승자독식 세계 만든다"
"세계가 미국가치 불신…내부문제 많은 주제에 내정간섭"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은 서로 상대의 정치체계를 직설적으로 비방하는 험악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서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첨예한 갈등 때문에 의제가 순조롭게 합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취재진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부터 한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이 약육강식 정글로 변할 것이라고 뼈부터 때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내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들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거친 비아냥을 쏟아냈다.
이날 취재진 앞 모두발언은 2분씩으로 약속돼 있었으나 상대 발언에 격분한 양측의 신경전 때문에 1시간 넘게 지속됐다.
보통 언론에 수분 동안만 공개되고 끝나는 모두발언이 무려 1시간 이상이나, 그것도 언론 카메라를 앞에 둔 채 양측의 날선 공방이 고스란히 중계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노골적인 비방전의 연속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규칙에 기초한 질서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의 행동이 글로벌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가 없는 세계는 힘이 정의가 되고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이자 훨씬 더 난폭하고 불안정한 세계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신장 지역을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며 홍콩, 대만,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을 향한 경제적 강압이 대화에 오를 것이라고 압박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의 반격은 거셌다.
양 정치국원은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 인권, 홍콩의 자치권, 대만의 민주주의 등에 대한 미국의 문제제기를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논의가 불가능한 사안으로 일축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력, 금융의 우위를 외국압박에 악용한다며 국제통상의 미래를 위협하려고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내부 불만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했다.
양 정치국원은 "세계 국가들 중 압도적 다수가 미국이 옹호하는 보편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런 국가들은 국제질서의 기반이 되는 소수가 만든 규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인권이 최저 수준이다",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한다"는 말과 함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등 미국 내 차별반대 캠페인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자기 이미지를 쇄신하고 세계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것을 그만두는 게 중요하다"며 "실제로 미국 내에 있는 많은 사람도 미국의 민주주의에 신뢰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이 블링컨 장관의 모두발언에 대응해 쏟아낸 '반격연설'은 중국어로 무려 15분이나 이어졌고 미국 대표단은 통역을 기다리며 듣고 있어야 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 측이 약속된 2분을 넘어 모두발언을 한 것을 규정 위반으로 지적하면서 미국 측의 추가발언을 들어달라며 퇴장하려는 취재진 10여명을 붙잡았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문제가 있으면 공개적으로 직면해온 역사적 전통이 있다며 "문제를 무시하거나 문제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0여년 전 회동을 언급하며 "바이든이 당시 '미국이 잘 안될 것이라는 베팅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지금도 여전히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발언 후 취재진을 퇴장시키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양 정치국원이 취재진에 직접 영어로 '기다리라'(Wait)고 말하며 제동을 걸었다.
중국 측은 재차 반격에 나서 최근 미국이 발표한 중국 통신회사들에 대한 추가제재 등을 맹비난했다. 왕이 부장은 중국 대표단이 미국의 초청으로 미국에 왔다면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는 것은 손님을 환영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나중에 미국 측은 중국이 회담을 지켜보는 자국민들에게 강한 면모를 인식시키려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 대표단이 각각 2분씩 주어진 프로토콜을 어겼다"면서 중국이 기선제압식 연출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NYT는 취재진이 회담장을 나간 뒤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실질적인 내용이 있는 협상이 계획된 시간보다 오래 진행됐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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