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 충격파 속 "아시아계, 코로나19 이후 괴롭힘과 차별·폭력 직면"
개인사 풀어내며 "나는 노예의 후손"…인종차별 철폐 국제협약 비준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유엔대사는 19일(현지시간) "나는 인종차별의 추악한 얼굴을 안다. 인종차별 속에 살아왔고 경험해왔다. 그리고 인종차별에서 살아남았다"면서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백인우월주의의 해체를 촉구했다.
그의 연설은 지난 16일 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 등에 뿌리깊이 박힌 인종차별주의 및 이에 따른 증오범죄 문제가 집중 재조명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토머스-그린필드 유엔대사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앞두고 이날 '인종차별·외국인혐오증 및 관련 편협성 철폐'라는 주제로 열린 유엔 총회 회의에서 흑인으로서 겪은 개인사를 풀어내며 인종차별 철폐를 고강도로 호소했다.
그는 모든 나라가 모든 종류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국제 협약을 비준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나는 노예의 후손"이라며 "나의 증조할머니 메리 토머스는 1865년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며 나는 인종차별적인 남부 지역에서 자랐다"고 개인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10대 때 베이비시터로 일했다는 그는 "고등학생 때 내가 돌봐주던 한 소녀는 내가 'N'으로 시작하는 단어(흑인을 폄하해 부르는 표현)에 해당하는 사람이 맞는지 물어왔다. 그의 아버지가 나를 그렇게 부르곤 했기 때문이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대사는 "아이들에게 두려움이 없는 미래, 폭력이 없는 미래를 물려줘야 한다. 이런 미래를 아이들이 물려받길 나는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라틴계, 무슬림, 시크교도, 유대인, 이민자에 대한 증오범죄가 최근 3년간 증가했다는 내용의 연방수사국(FBI) 발표를 거론, "최근 통계는 증오범죄가 지난 10년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이 직면했던 괴롭힘과 차별, 폭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며 아시아계 미국인 상대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이어 인간을 우열 그룹으로 분류해온 잘못된 행태가 나타난 대표적 형태가 '백인 우월주의'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브레오나 테일러 등의 이름을 들며 "많은 흑인에 대한 무감각한 살인이 인종적 정의에 대한 심판을 촉발했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인 목숨이 소중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에서나 백인 우월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선시하는 과제에 인종차별 문제를 바로잡고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주권을 존중하며 외국인혐오증,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차별과 싸운다는 목표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 위기가 인종과 소수민족 집단에 얼마나 불균형적으로 타격을 입혔는지 알고 있다"면서 긴급지원금 지급 등 흑인 사회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단계들을 밟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회에 있는 고유한 인종차별을 밖으로 드러내고, 차별을 뿌리 뽑고 우리의 근간에 썩은 부분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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