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회담, 중국 외교사에 기록될 것…미국에 공개적인 맞대결"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9일(현지시간) 마무리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중국 주요 언론들은 '중국 외교사에 기록될 회담'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양국이 이틀간 세 차례의 회담을 하고도 공동 발표문조차 발표하지 못했지만, 중국 외교안보 투톱인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공개적으로 맞선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중 회담의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100년 전의 중국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가 가장 먼저 꼽은 장면은 회담 첫날 모두발언에서 양 정치국원이 보여준 모습이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측의 모두발언에 이어 중국 측이 장시간 반격연설을 하자 미국은 추가 발언을 한 뒤 취재진을 퇴장시키려 했다.
그러자 양 정치국원이 취재진에 영어로 '기다리라'(Wait)고 말하며 "미국이 두 차례 발언을 했으니 중국에도 두 차례 발언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맞섰고, 취재진은 양 정치국원의 발언을 들은 뒤 퇴장했다.
이 때문에 각각 2분씩 하기로 한 모두발언은 상대 발언에 격분한 양측의 신경전 때문에 1시간 넘게 지속됐고, 양측의 날선 공방이 고스란히 전 세 중개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양제츠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이 미국 측에 맞서 쓴소리를 쏟아낸 데 대해서도 중국 매체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자 "중국의 인권 문제는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미국은 문제가 많고 이것은 미국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왕 부장도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는 것은 손님을 환영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거나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은 미국의 고질병"이라며 최근 미국의 중국 통신회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맹비난했다.
또 2차 회담을 위해 회담장으로 들어서던 왕 부장이 양 정치국원에게 "식사하셨느냐"고 묻자 "컵라면 먹었다"고 답하는 영상도 이번 회담의 명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고위급인 양 정치국원이 추운 앵커리지까지 가서 컵라면을 먹으며 미국 측과의 회담에 임하는 정성을 보였음을 강조한 것이다.
신문은 "곧 시작할 회담을 위해 급하게 배를 채운 외교관"이라며 "중국 외교관은 정말 쉽지 않다"고 치켜세웠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회담은 미국의 외교적 예의 없는 행동으로 격렬하게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은 자신들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강인함을 과시했고, 중국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보통 영향력이 약해지는 쪽이 먼저 강경하게 행동하는데, 이것이 미국이 무례하게 행동한 이유"라며 "미국은 중국 외교관의 경험과 자신감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홍콩, 대만, 신장 문제 등 핵심이익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세계에 깊은 인상을 줬다고 평가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