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아시아계 노린 범행에 증오범죄 적용 잘 안되는 이유는

입력 2021-03-21 10:15   수정 2021-03-21 14:11

유독 아시아계 노린 범행에 증오범죄 적용 잘 안되는 이유는
NYT "체포 및 기소에서 수많은 사건이 증오범죄 비껴가"
전문가들 "흑인·라틴계 사건보다 입증 어려워…혐의적용 기준 낮춰야"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범죄가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체포나 기소 단계에서 혐의로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증오 및 극단주의 연구센터'는 지난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14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인권단체 '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추라'에도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거의 3천80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유독 아시아계를 노린 범행 중 수많은 사건이 체포나 기소 단계에서 증오범죄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NYT는 지적했다.
지난 16일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기 난사에서도 당국은 아직 증오범죄 혐의를 확정 짓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우선 반(反)아시아계를 뜻하는 공통된 상징이 없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를 인종차별이라고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피츠버그대 법학 교수인 왕루인은 "흑인 반대, 유대인 반대, 동성애 반대 증오범죄는 전형적이며, 좀 더 분명한 형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역사상 강도 피해자였던 아시아계 중 대다수가 소규모 자영업자였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가 복합적인 것으로 남게 됐다.
아시아계는 언어장벽 등에 부딪혀 신고 자체가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경찰 내 아시아계 증오범죄 전담반 관계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언어 문제, 체류 자격, 보복 우려 등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이 범죄 신고를 꺼리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증오범죄 혐의 적용 기준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며, 경찰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 매체인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총기 난사가 증오범죄인 동시에 여성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도 연방수사국(FBI)은 이를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실제로 FBI에 보고된 2019년 증오범죄 중 대다수가 범행 동기를 종교,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중 하나로만 간주했으며, 단 3%만이 동기를 복합적으로 적용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한편 애틀랜타 총기 난사가 조지아주에서 새로 마련된 증오범죄법의 첫 번째 큰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이 '성중독'을 주장했다고 경찰이 밝혔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아시아계 여성인 점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런 설명에 대해 회의적이며 대중은 증오범죄 적용을 요구한다고 AP는 전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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