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자녀 앞에서 집단 강간' 두 명에 사형 선고

입력 2021-03-21 11:12  

파키스탄 법원, '자녀 앞에서 집단 강간' 두 명에 사형 선고
정부 화학적 거세법 도입·특별법원 신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파키스탄의 고속도로에서 여성 운전자를 끌어내 자녀들 앞에서 집단 강간한 남성 두 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2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법원은 아비드 말리와 샤프캇 후세인에게 집단 강간, 납치, 강도, 테러 혐의로 전날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9일 밤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 인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충격적 강간 사건의 범인들이다.
당시 피해 여성은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해당 도로를 운전했다.
마침 기름이 떨어졌고 여성은 친척과 고속도로 순찰대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와줄 사람이 도착하기 전 남성 두 명이 차로 다가왔다.
이들은 차 유리를 부수고 여성을 끌어낸 뒤 아이들 앞에서 집단 강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이에 대해 라호르 경찰청장인 우마르 셰이크가 한 발언에 여론이 크게 들끓었다.
셰이크 청장은 "피해자는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운전했다"며 "파키스탄 사회에서는 누구도 여동생이나 딸을 그렇게 늦은 밤에 혼자 다니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여성은 프랑스 거주자인데 파키스탄이 프랑스처럼 안전하다고 잘못 여긴 것 같다"면서 "그 여성은 다른 도로를 택해 운전했어야 했고 차의 기름도 체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청장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슬라마바드, 라호르, 카라치 등 주요 도시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성폭력 근절을 외치고, 셰이크 청장의 사임과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파키스탄에서는 5세 여아가 성폭행당한 뒤 피살되는 등 아동·여성 상대 성범죄가 끊이지 않음에도 유죄 판결률이 3%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형사 재판 시스템이 복잡한데다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피해자 상당수가 신고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시위가 거세지자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강간범을 공개 교수형이나 '화학적 거세'(성충동약물치료)와 같은 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작년 12월 화학적 거세법을 도입하고, 성범죄 전담 특별법원 신설을 통해 중범죄의 경우 사건 발생 후 4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재판을 마무리하게 하도록 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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